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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Feb 20. 2022

소중한 인연

'언니, 집에 갈 때 잠깐 저희 반에 들려주세요.'


하루 종일 허리 필 시간도 없이 일만 하던 오후. 같은 학교에 근무 중인 후배에게서 온 반가운 메세지에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교실로 올라가니 아이와 함께 귤잼을 만들어 봤다며 선물을 내밀었다. 안을 보니 귤잼과 함께 식빵 한 봉지, 메모가 있었다.


늘 고마운 언니!

언니가 있어 고비마다 잘 버틸 수 있었어요!

올해엔 우리 더 건강하고 행복해져요~♡


'이 녀석.'

나를 챙겨주는 후배의 마음에 물먹은 스펀지 같이 내려앉은 나의 오후조금은 견딜만했다.


나에게는 여동생도 언니도 없다. 어릴 적부터 지극히 남성적 성향의 오빠와 남동생 사이에 살다 보니 부모님 이외에 누가 나를 챙겨주는 것이 상당히 낯설다. 나는 챙김을 받는 것보다 챙겨주는 것이 익숙한 사람이다.

그런 나를 닮은 이 후배는 항상 나를 챙겨주는데 참으로 나랑 닮았다. 서로 사람에 대해 느끼는 감정도,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도, 세상을 보는 예민함도. 10살이나 어린 후배지만 어느새 인연은 10년째다.

이 후배를 만나면서 누군가 나를 이토록 신뢰할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언니 이번에 학교 옮기는데 같은 학교 갈래?"

"네! 좋아요."망설임 없이 대답하곤 지금도 함께 같은 학교에 있다.


나이가 40 하고도 중반에 이르니 언제부터인가 새로운 사건을 만들어서 멀쩡히 굴러가는 삶을 깨뜨려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조급함이 찾아오기도 다.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은, 지금이 아니면 늦을 것 같은 조바심이 순간순간 인다.


하지만 사람만큼은 오랜 시절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참으로 좋다. 시간의 힘으로 둘 사이에는 단단한 신뢰와 추억이 쌓인다. 아무에게도 할 수 없는 슬픔과 일상의 근심을 말하고, 같이 방법을 고민하고, 서로 응원하고, 때로는 이유 없이 만나도 되는 그런 사이는 그 어떤 새로움도 대체가 되질 않는다.


긴 시간에도 여전히 나의 곁을 지켜주는 고마운 인연들에게 올해는 더 시간과 마음을 어 항상 복되기를 응원하고 함께 해야겠다는 생각이 짙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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