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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Mar 02. 2022

엄마 밥 냄새

13살 지구인 이야기(16)

휴일 아침. 한창 크기 시작한 초등학교 6학년 아이는 아침잠이 많아 10시가 넘도록 잠을 잔다.

이제 내일이면 개학인 아이에게 주고 싶은 밥 선물,  휴일이지만 왠지 오늘은 아이에게 제대로 된 아침밥을 챙겨주고 싶어 진다.


이상하게 난 무슨 일이 있으면 새 밥을 짓게 된다. 쌀을 씻고 뜸 들이기 하면서 나오는 새 하얀 연기에 묵은 마음을 털어버리고 다 된 밥을 휘 저어 김이 모락모락 밥을 한 공기 담아내면 기분이 좋다.

새 밥을 짓고 요즘 매콤한 맛을 즐기게 된 아이를 위해서 매콤한 소고기 덮밥과 된장찌개를 끓였다.

아침을 차리고 있는데 아이가 일어나더니 운동을 하고 오겠다고 한다. 운동이라고 해봐야 놀이터에서 줄넘기를 하는 게 전부지만 그러라 했다.

30분쯤 지났을까 아이가 집에 들어오더니 말했다.

"엄마. 집 밖에서도 엄마 밥 냄새가 나." 운동하고 들어오는 길 엄마 밥 냄새를 알아차린 녀석이 귀엽다.

아침을 한 술 뜨면서 "이게 인생의 맛이지!"라며 요란스럽게 먹는 아이의 말 한마디에 휴일 아침 집안이 밝아진다.

인생의 맛을 아는 아이가 이 냄새를 품고 밥심으로  또 한 학년을 기운차게 시작할 것 같은 기대감이 든다.


이렇게 하나씩 아이가 어릴 적 먹었던 음식들에 추억이 깃들어 삶을 살아가면서 그 음식들을 마주할 때마다 나를 떠올리고 따뜻했던 어린 시절의 한 조각을 꺼낼 수 있면 하고 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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