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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Mar 08. 2022

제주, 따라비 오름

제주 오름바라기(1)

"작가 김영하가 어제 왔다 갔대!"


따라비 오름을 오르기로 했다. 정말 뜬금없었다. 평소 좋아하는 작가 김영하가 내가 사는 제주에 와서 따라비오름에 다녀갔다고 인스타그램에 올린 것을 보니 가고 싶어 졌을 뿐이었다. 그저 팬심으로 나도 한번 가봐야지 하고 오르게 된 오름. 이런 이유를 말하는데도 가타부타 안 하고 같이 가주는 친구가 고마울 뿐이다.


오름 앞에 다다라서야 이 오름이 어떤 오름인지 찾아보니 정상으로 가는 가파른 길과, 둘레를 돌아 오르는 두 길이 있다고 한다. '가파르면 얼마나 가파르겠는가!' 하는 호기로움이 생겨 정상으로 직진! 걸어가는데 나무 계단이 정상까지 이어졌다. 해발로는 100m 조금 넘는 오름이기에 금세 오를 수 있는 거리였다.

숨이 거칠어지고 손 발이 따뜻해진다 느낄 즈음 어느새 정상이다. 정상에 다다라 고개를 들어 앞을 보니 하늘이 파랗다 못해 시퍼렇다. 분명 올라오기 전만 해도 이렇게 선명하지 않았는데 신기할 정도였다. 누군가 파랗디 파란 색상표 하나를 가위로 오려서 딱 하늘에 붙여놓은 느낌마저 든다.


따라비 오름 정상으로 오르는 길


오름을 올라 한라산을 바라보았다. 사실 나는 어느 오름을 가든 한라산을 먼저 본다. 한라산은 제주의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서 느낌이 다르기 때문이다. 공항 근처 북쪽 해안가에서 운전하며 한라산 방향으로 보면 좌우 능선이 넓고 웅장해 보인다. 만약 화산이 폭발하면 용암이 금세 흘러내려 닿을 듯한 착각마저 준다. 하지만 서쪽 협재해변 근처에서 보면 멀리 있고 유달리 산 정상의 백록담이 도드라져 보인다. 동쪽 따라비오름에서 본 한라산은 산 앞으로 동쪽의 수많은 오름들을 품어 오름들의 엄마와 같은 포근함을 준다. 날이 좋은 날 한라산은 역시 어디서 보든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신성함마저 있다.

 

따라비 오름 정상에서 본 한라산 풍경

따라비 오름은 화산 폭발 시 용암의 흔적이 아름다운 선을 만들어 내고 가을이면 능선과 억새가 만들어 내는 풍경이 아름다워 '오름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오름이라고 한단다. 여왕님을 이제야 알아본 느낌이랄까? 사람들이 붙인 이름일 뿐이지만 퍽이나 어울리는 이름이다. 오름 자체의 아름다움 더하기 동서남북으로 주변 풍경이 만들어내는 멋짐이 있는 오름이다. 계속 셀프 360 카메라가 되어 주변을 보기 바쁘다.

아직은 겨울이라고 알려주는 차가운 공기와 연신 머리카락을 흩날리고 몸을 휘청이게 하는 제주 바람과 함께 오늘 만난 제주의 따라비 오름. 가을이면 다시 이 오름을 오르자고 약속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도 제주의 오름 하나로 내 삶에 진한 밑줄을 하나 더 긋고 자연을 음미한다.  이게 제주에서 태어나 평생을 제주에 사는 삶의 맛일지도 모르겠다.

따라비 오름 정상에서 본 제주의 남쪽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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