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토리 Mar 09. 2022

Stick and Stone

하루 한 권 영어 그림책의 위로(둘)

매일 반복되는 삶이지만 유달리 힘든 그런 하루가 있다. 그대로 내버려 두면 마음속에 쌓여 언젠가는 생채기를 일으킬 만한 일이 있던 날. 마음에 허기가 생겨 뭐든 채워 넣어야 되는 그런 날. 하지만 그런 하루의 끝에 누군가에게 머뭇거림 없이 연락해서 나의 하루를 쏟아낼 수만 있다면, 그런 사람이 한 명만 있다면 우리의 삶은 퍽 괜찮은 삶이 아닐까? 우리는 이런 사람을 친구라 말한다.

 

친구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는 귀여운 그림책을 만났다. 여기 외로운 막대기와 돌멩이가 하나 있다. 각자 1과 0의 모습과 닮은 이 둘은 친구가 없어 재미가 없다. 놀이터에서 마침 솔방울이 그네를 타던 돌멩이를 놀리자 옆에 있던 막대기가 솔방울에게 저리 가!라고 외치며 돌멩이의 편을 들어준다. 그 뒤부터 막대와 돌은 외롭지 않고 우정을 키워나간다.


함께 돌아다니고, 탐험하고, 해안가에서 게으름을 피우던 어느 날, 천둥과 비바람이 치고 막대는 바람에 날려가 버린다. 돌멩이는 다시 혼자가 되어 밤낮으로 막대를 찾아다니다 늪에 빠진 막대기를 보고 구해주고 다시 둘은 함께 하게 되는 이야기다.


무언가를 같이 한다는 경험은 비단 사건만을 말하는 게 아닐 것이다. 일어난 일, 일어난 공간, 일어난 감정 그리고 각자 저장하는 기억의 조각들까지 참 많은 것들을 공유하는 것이다. 누군가와 친구가 된다는 것은 그러한 경험치가 쌓여 서로의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볼 수 있게 되는 그런 관계이다.


그림책에서 막대기가 괴롭힘을 당하는 돌멩이를 도와주고 하는 말이 퍽 유쾌하다.

Stone whispers, "Gee, you stuck up for me!"

(너 내편이 되어 줬지! 돌멩이가 속삭인다.)

That's just what sticks do. Friends do it too.  

(그게 막대기들이 하는 거야. 친구들이 하는 것이기도 하고)





오늘 새로운 단어를 만났다. needle 바늘이라는 단어로만 알고 있었는데 괴롭히다는 다른 뜻이 있었다.

그림책을 보며 이런 단어를 만나는 발견의 기쁨이 영어 그림책을 펼치게 하는 또 다른 이유일지 모르겠다.


Sorry I needled you so much.


1을 닮은 막대기와 0을 닮은 돌멩이가 함께 있어 완벽한 10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처럼 나도 내 친구와 함께 있어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는 것인가 보다.

오늘은 <지란지교를 꿈꾸며>의 한 문장처럼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하며 바쁜 3월의 무게를 조금은 내려놓고자 한다. 항상 내편이 되어주는 친구야, 고맙다.



작가의 이전글 제주, 따라비 오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