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슬프지

13살 지구인 이야기(17)

by 도토리

내 아이는 핸드폰에서 구글 아이디를 내 아이디로 같이 사용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유튜브에서 아이가 검색한 결과가 내 핸드폰에서 검색할 때에 과거의 검색 기록으로 보인다. 별생각 없이 유튜브를 사용할 일이 있어 들어갔다가 아이가 사용했던 검색어를 보면 요즘 아이의 관심사가 보여서 유심히 보게 된다.

이제까지는 대부분 아이가 좋아하는 게임, 가수, 프로그램, 음악이 검색어로 되어 있곤 했다. 그런데 오늘은 그중 하나가 유달리 번쩍 눈에 들어왔다. 검색어가 '왜 슬프지'였다.


이 검색어를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 괜히 내가 슬퍼졌다. 무슨 이유에서든지 아이가 슬픈 감정을 느껴서 왜 슬픈가를 찾아봤을 거라는 생각에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아이의 마음을 토닥여주고 싶은 마음에 방과 후 조퇴를 신청했다. 저녁에 이야기해도 좋지만 봄볕이 좋은 오후에 자신만을 위해서 내가 시간을 내주었다는 사실에 아이의 마음이 조금은 열리기를 기대했다.

"엄마 왜 조퇴했어?"

"응 너랑 가고 싶은 곳들이 있어서."

아이는 뭔가 아리송한 얼굴빛이 있지만 금세 신나서 말한다.

"엄마랑 오랜만에 이 시간에 같이 있는 것 같아서 좋다."


오늘의 첫 번째 목적지는 아이가 어릴 적 서너 번 가본 적이 있는 장난감 가게다. 아이가 최근에 좋아하는 만화의 피규어를 하나 사고 싶다는 말을 한 것이 기억이 나서 데리고 갔다.

"와.. 여기 오랜만이네."

13살이나 되었지만 장난감 가게는 아이를 설레게 하는 모양이다. 다만 달라진 게 있다면 내 손을 잡고 하나하나 보던 아이는 어느새 자기 스스로 알아서 하겠노라고 짐짓 선을 긋고 쇼핑을 시작했다. 기대하지 않고 간 장난감 가게에서 맘에 든 피규어를 고른 아이는 금세 얼굴이 환해진다.


두 번째 목적지는 지역에 있는 큰 문구점이었다. 워낙 큰 문구점이다 보니 만물상처럼 문구류에 장난감까지 다양한 것들이 있어 어른인 내가 가도 재미있는 곳이다.

"엄마! 여기 포카 있어!"

"나 두 개만 사도 돼?" 아이가 다소 흥분된 목소리로 말한다.

포카? 그게 무슨 말인가 했더니 가리키는 것을 보니 포켓몬 카드이다. 요즘 포켓몬 카드를 구하기 힘들다는 데 있는 것을 보고 나도 놀랐다.

그렇게 포켓몬 카드 두 개를 사고 나오는 아이 발걸음이 여느 때보다 가볍다.

"엄마 오늘 나한테 너무 한턱내는 거 아니야?"


세 번째 목적지는 미용실이다. 머리가 길어서 가야지 말만 하다가 오늘 갔다. 예전에는 미용실에 가면 항상 미용사들이 나에게 먼저 의견을 물어보았는데 이제는 내가 할 게 없다. 아이 스스로 원하는 머리 스타일을 미용사님과 이야기하고 머리를 자른다.

"엄마 어때? 머리 멋져?"

"응! 너무 멋지고 시원해 보인다."


마지막 목적지는 아이스크림 가게이다. 아이가 좋아하는 맛 4가지를 스스로 골라 담았다.

"엄마, 이 맛을 두 번 담을 수 있을까?"

"일단 해봐. 되는지."

"어? 되네?"

얼마나 좋아하는 맛이길래 두 번이나 담는단 말인가! 아들 수첩에 일단 기록이다. 좋아하는 맛은 오레오 쿠키 앤 크림.


이렇게 네 개의 목적지를 돌며 여느 때보다 아이에 대해서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다. 아이가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 장난감, 놀이, 머리스타일, 아이스크림 맛까지.

늘 관심의 레이더를 아이에게 쏟고 있지만 매일 아이는 조금씩 주파수를 달리하며 자라고 있었나 보다.


아이에게 '혹시 요즘 슬픈 일이 있니?'하고 사실 너무나 묻고 싶었다. 하지만 끝까지 묻지 않았다. 그저 아이에게 평소보다 더 많이 웃어주고, 아이가 좋아할 만한 소박한 이벤트를 만들어 아이가 찰나라도 슬프지 않고 행복하기를 바랬다. 아이도 오늘 평소와 다른 오후에 조금은 에너지를 얻지 않았을까.


사실 매 순간 행복하기란 쉽지 않다. 하루쯤 슬픈 것을 가지고 무슨 이리 호들갑이냐 하는 생각이 들지만 부모란 내 아이가 매 순간 행복하기만을 바래보는 그런 욕심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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