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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Mar 30. 2022

봄은 꽃으로 온다

제주, 붉은오름

오름은 사람을 닮았다. 이미 인터넷을 통해 찾은 정보를 통해서 어떤 특징이 있는지, 어느 정도의 가파름인지, 정상에서는 어떤 모습을 볼 수 있는지를 알고 가지만 직접 올라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을 오름은 가득 품고 있다. 그리고 사람마다 생김새, 모양, 특징이 다 다른 것처럼 각각의 오름은 오르는 사람들에게 저마다의 색깔로 다가가고 자세히 보려는 품을 팔아야 더 좋은 오름으로 기억 속에 남는다.


오랜만에 볕이 좋았던 주말. 제주 붉은오름을 다녀왔다. 삼나무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오름 입구가 나온다. 오름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다른 오름에서는 볼 수 없었던 노란 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어! 노란 꽃이 었네! 감탄하다가 길을 따라 곳곳에 많이도 핀 꽃의 이름이 궁금해서 찾아보니 '복수초'라는 이름 가진 야생화였다. '복수'라는 어감이 왠지 강해 보였는데 복과 장수를 뜻하는 복수라고 한다. '영원한 행복'을 뜻한다고 하니 오름을 오르기 전부터 기분이 내내 설렜던 이유는 이 행복한 꽃 때문이 아녔을까 생각해본다. 행운의 꽃 복수초!

계단 양 옆으로 가득한 행운의 꽃 복수초를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오름 중반에 이르고 하얗고 귀여운 작고 앙증맞은 꽃이 눈에 띈다. 키를 낮춰서 작은 꽃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들여다볼수록 매력이 넘치는 귀여운 꽃이다. 한컷으로는 아쉬워 여러 장 사진을 찍게 된다. 이 꽃 역시 꽃말을 찾아보니 귀여움이란다. 퍽이나 어울리는 꽃말이다. 귀여운 꽃 개별꽃!


다음 만난 꽃은 낚시제비꽃이다. 내가 좋아하는 자주 보랏빛을 가진 꽃이어서 일까 눈이 더 자주 간다. 복수초나 개별꽃과는 달리 띄엄띄엄 놓여 있는 모습이 조금은 외로워 보이기도 한다. 꽃말을 찾아보니 '나를 생각해다오'란다. 꽃말의 뜻을 헤아려 보니 외로운 꽃이 맞았다. 외로운 꽃 낚시제비꽃!


오름 입구에서부터 만난 행운의 꽃 복수초 덕분이었을까 붉은오름을 오르면서 기대치 않게 귀여운 봄 야생화 3개를 만났다. 역시 봄은 꽃으로 온다. 누가 봄꽃에는 벚꽃, 개나리꽃, 유채꽃만 있다고 했던가. 아름답고 작고 귀여운 봄꽃들을 이제야 알게 됐다.


오름 정상에 오르니 또 한 번 감탄을 내지르게 된다. 항상 방, 집, 차, 학교 등 시야가 정해지고 막힌 공간에서만 지내다가 눈가는 곳마다 트인 드넓은 풍경을 보니 기분이 상쾌하니 좋다.


오름을 내려와 삼나무 길에서 숨을 크게 들이마셔 보았다. 아니 들이마시게 되었다. 상쾌하지만 결코 춥지 않은 공기가 시원하다 느껴지는 것을 보니 역시 봄이다.  구건조증으로 뻑뻑했던 내 눈도 촉촉해진다 느낀 것은 기분 탓이었을까.

숲 속에서 새소리가 요란해 숲을 올려다보니 내 안에서 일어났던 일상의 근심과 걱정은 어느새 뒤로 물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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