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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Mar 27. 2022

[서평] 나에게만 보이는 풍경 제주

#2022-2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모르는 것이 바로 자기 자신이라고 한다.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는 망설임 없이 '저 사람은...'이라고 말하지만 정작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질문에 한참 망설이게 된다. 그도 아니면 나를 제일 잘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나 어떤 사람이니?'되묻도 한다. 제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 같은 토박이들에게 '나에게만 보이는 풍경 제주'는 '네가 자라온 제주는 이런 곳이야.'라고 말해주는 포토에세이였다.


제주도를 소개한 책들은 다양하다. 제주에서 한 달 살기, 제주 여행, 제주 카페, 제주 오름 등등. 모두 제주를 각자의 시선으로 담아낸다. 책을 펴보면 40년을 넘게 제주에서만 살아온 나도 모르는 내용들도 많고 이렇게 예쁜 곳이 많았나 싶다. 그리고 대부분 제주에서 잠시 머물다가는 사람들이 쓴 글이 많다. 그래서 그럴까 대체로  제주 관광객으로서의 설렘, 기대, 발견의 즐거움이 녹아나서 책의 색깔이 밝다. 그런데 '나에게만 보이는 풍경 제주'는 색깔로 치자면 짙은 회색 같은 책이다. 아픔이 있는 듯한 작가가 급하게 제주로 와서 셔터를 누르고 글을 쓴 느낌이랄까. 작가의 시선이 어둡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읽다 보면 그가 하나씩 털어내고 있는 것 같 다행이었다.


사진가인 작가답게 작가가 보여주는 사진들은 참 제주스럽다. 찍어대면 엽서 사진 한 장이 되어버리게 만드는 제주의 파란 하늘 배경 하나 없이도 사진에서 제주의 바다가, 숲이, 들판이, 바람이 그대로 느껴진다. 오로지 자연이 만들어내는 제주스러움이 사진마다 묻어난다.  예쁘다는 말보다는 뭔가 투박하고 거친 그런 제주의 풍경이 날것으로 보인다. 손님맞이로 조금은 꾸며놓은 제주의 모습을 일절 찾아볼 수 없다. 흐린 날의 제주 숲길, 파도가 거친 제주 바다, 식물들이 얽히고설킨 오래된 건물, 가장 제주스러움이 묻어나는 제주의 들판, 시간을 그대로 보여주는 제주 돌담.

이런 사진들과 함께 삶에 대한 작가의 단상이 책을 천천히 읽게 만든다.


제주도에도 나름의 도심이라는 개념이 있다. 지금에야 제주시, 서귀포시로 행정구역이 이원화되어 제주의 북쪽은 제주시, 남쪽은 서귀포시라 통틀어 부르지만 70~80년대에 출생한 우리 세대들이 일컫는 제주시는 서쪽으로는 외도, 동쪽으로는 삼양으로 이르는 좁은 구역이다. 그 이외의 나머지는 그냥 '촌'이라고 불렸던 시골 같은 곳이었다. 그런데 그런 제주가 많이도 변했다. 도심과 시골의 개념은 점점 모호해지고 있던 곳이 금세 허물어지고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다. 사람이 살기 편해지는 반면 제주 본연의 모습은 조금씩 사라져 가고 있어 아쉬울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보고 있자니 그래도 아직도 제주는 제주다. 제주스러움이 조금이라도 더 남아있을 때 그런 곳들을 찾아 발품을 팔아 다녀오고 글을 쓰고 사진으로 남겨둬야겠다.



오래된 창고, 버려진 화분, 페인트가 벗겨져버린 지붕, 그리고 이름 모를 깊은 숲. 이런 것들은 왜 이제야 보이는 걸까? 지금 당신의 눈에 보이는 제주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당신도 나와 같은 것들에 마음을 빼앗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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