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토리 Mar 26. 2022

엄마가 왜 좋아?

13살 지구인 이야기(19)

아이랑 장난을 치디가 한바탕 까르르 웃고 난 뒤에는 왠지 아이에게 내가 좋은 엄마인 것만 같은 자신감이 생겨 묻게 되는 말이 있다.


"엄마 좋아?"

"응!"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그렇다 대답하는 아이의 얼굴을 보는 순간 엄마라는 사람의 마음에는 행복이라는 단어가 생겨난다.

"엄마가 왜 좋아?" 굳이 좋다는 이유를 들어야 이 대화는 끝이 나는 우리만의 의식이다. 아이가 말을 시작하기 시작한 즈음부터 아이는 이 질문에 참 많은 말들로 대답을 해주고는 했었다.

엄마가 예뻐서, 엄마가 착해서, 엄마가 나를 사랑해줘서, 엄마가 친절해서, 엄마가 맛있는 거 해줘서, 엄마가 나랑 놀아줘서 등등 아이는 그때의 상황이나 아이의 나이에 따라 다른 말들로 문장을 완성했다. 물론 사실과는 다르지만 좋게만 봐주는 아이에게서 어쩌면 나는 무조건적인 랑을 느꼈던 것 같다. 그런데 사춘기에 들어선 12살부터는 대답의 내용 에 맞게 라갔다.


'엄마니까, 몰라, 그냥'처럼 나이에 걸맞은 대답으로 자기의 성장을 보여주던 아이가 오늘은 한 번도 듣지 못한 답을 다.


"정 들어서"


'정들어서? 이건 무슨 뜻이란 말인가!' 이 대답 머릿속에 설핏 떠오른 '정 때문에 산다.'라는 뜻으로 들려서 큰 소리로 소리 내어 웃었더니 아이가 한마디 거든다.

"엄마 정들어서 맞지, 우리 13년 동안 얼마나 추억이 많은데!"


아이의 변명(?)을 듣고 낱말의 뜻을 찾아 의미를 헤아려보니 맞는 말이다.

'오랫동안 지내오면서 생기는 사랑하는 마음이나 친근한 마음'


시간에는 힘이 있다. 13년 동안 켜켜이 쌓인 시간 위를 다시 걸어본다. 모든 순간 모든 날에는 아이가 있었다. 내가 괜찮은 척했던 날에도, 한 모습을 보일 때도, 행복했던 시간에도 늘 옆에는 지난 시간 동안 정들어가던 아이가 있었다. 느새 내가 아이를 키우나 싶었던 순간은 점차 줄어들며 서로에게 많이 기대고 위로받으며 힘든 한 시절을 견뎌 이젠 행복하지 않냐고 이야기하는 간을 보내고 있다. 그간 함께 한 추억과 기억들이 아이와 나 사이에 분명 시차가 있겠지만 그 모든 것들이 서로를 사랑하게 하는 게 아닐까.

아이 말대로 정들어서 임이 틀림없다. 다음에 혹여나 아이가 엄마는 내가 왜 좋아?라고 묻는다면 큰 소리로 대답해야겠다.


"한테 정들어서!"





작가의 이전글 먼저 피면 좀 어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