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깽이 슛!

13살 지구인 이야기(23)

by 도토리

"엄마, 나 농구공 하나만 사줄 수 있어?"

점심시간에 친구들과 농구를 하기 시작했다면서 나에게 농구공을 사줄 수 있는지 물었다. 농구를 전혀 모르는 아이였는데 같은 반 친구 몇몇이 농구를 시작했고 그러다 점점 많은 아이들과 함께 하게 되었다고 한다.

며칠 뒤, 기꺼운 마음으로 아이에게 새로 산 농구공을 건넸다.

"이거 비싼 거 아니야?"

"비싸도 아들이 사달라고 하는데 사줘야지!"

아이는 고마워하면서도 또 엄마의 지갑을 걱정하는 눈치다.

"그런데 그거 알아? 엄마 농구 잘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아이는 우연히 재미있는 농담이라도 들은 듯이 피식 웃는다. 그도 그럴 것이 나 같은 말라깽이와 농구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나도 잘 안다.

"진짜야. 엄마가 이래 봬도 제법 농구를 한다니까!"

"언제 해봤는데?"

"중학교 때."

오빠와 남동생 사이에서 자라다 보니 거의 모든 스포츠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해봐서 못하는 운동은 없다. 중학교 때는 교내 농구 리그전이 있었는데 우리 팀이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었다. 그때는 지금보다 말랐었지만 슛이 잘 들어가서 나름의 기여도가 분명 있었다. 아니 있었다고 생각한다.

"좋아. 그럼 엄마 나랑 슛 대결해볼래?"

우리 모자의 특징은 말이 나오면 바로 하는 실행 파이기에 퇴근 후 바로 동네에 농구골대가 있는 놀이터로 향했다. 농구 골대를 앞에 두고 아이가 먼저 10번 골대를 향해 슛을 했다. 10개 중에 3개가 들어갔다.

이번에는 내 차례이다. 10개 중에 나 역시 3개가 들어갔다.

"오! 엄마 제법 하는데?"

"봤어? 이게 말라깽이 슛이야!"

"그런 슛도 있어?"

"아니. 내가 붙인 슛 이름이야." 아이는 웃긴 슛 이름에 또 한 번 반달눈이 되어 호탕하게 웃는다.


"엄마 나랑 슛 대결 말고 1:1로 해볼래?"

그렇게 아이와 농구 대결을 했는데 나의 날렵한 몸짓에 아이가 놀란 눈치다. 두 팔을 뻗고 아이의 동선을 차단하니 공을 놓치거나 골대 근처가 아닌 허공에 공을 던진다. 아이는 연거푸 슛을 실패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슛을 했다. 그런데 마흔 살이 넘은 엄마는 딱 5분만 경기가 가능하다. 터질듯한 심장 박동을 가라앉히며 놀이터 벤치에 가서 앉아 쉬기를 몇 분.

"엄마 레이업 슛도 할 수 있어?"

"응." 대답을 하며 아이의 공을 빼앗아 레이업 슛을 성공시켰다.

"그건 어떻게 하는 거야?"

"이건 드리블하다가 농구골대에 공을 놓고 온다고 생각하는 거야. 살짝."


이쯤 되니 아이의 눈빛은 놀라움을 넘어 질투 수준이다.

이런 말라깽이 엄마가 농구 슛을 잘할 줄이야. 엄마한테 져서 분한 얼굴이 딱 보인다.

그렇게 우리의 첫 농구 대결은 나의 승리로 끝났다.

"엄마 그런데 엄마치고는 진짜 잘한다." 씩씩거리며 집으로 돌아오던 아이는 패배를 인정했다.

"다음에는 내가 이길 거야!"


아이는 첫 대결 이후로 매일 퇴근길에 놀이터 앞에서 내려달라고 하면서 한 시간 정도 농구 연습을 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며칠을 내리 농구 연습을 하던 아이가 오늘 출근길에 자기 실력이 많이 늘었고 3점 슛도 성공시켰다며 자랑을 한다. 슬슬 2차전이 펼쳐질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하루하루 엄마인 나는 늙어가고 13살 아이는 점점 키가 크고 자라고 있다. 언제까지 아이와 이 슛 대결이 이어질 수 있을지 모르지만 아이가 나보다 더 잘하게 되는 그 순간을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13살 지구인 슛! 기대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