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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May 23. 2022

안녕하세요! 작가님!

1년 전 브런치 작가가 되었습니다.


브런치 작가라면 아마 브런치에 작가 신청을 하고 작가 승인 이메일을 받던 그 순간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아마 모든 사람들에게 다가갔던 그 문장.

안녕하세요! 작가님!

그렇게 브런치 작가가 된 지 1년이 되었다. 1년이나 글을 나름 꾸준히 써 온 내가 새삼스러워 글을 쓰게 된다.


나에게 글쓰기란?


나는 과도하게 예민한 사람이다. 그간 나는 그걸 예민함이 아닌 섬세함이다라고 위로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난 예민한 게 맞다. 그것도 과도하게. 다른 사람들보다 오감이 지나치게 날이 서있다. 좋을 때는 다른 사람을 챙겨주는 따뜻함으로 나타나지만 지나칠 때는 걱정과 근심 불안의 연쇄로 잠을 설치기 일쑤다.

그 과도한 예민함을 잘 달래주는 게 바로 내게는 글쓰기였다. 글쓰기는 나 중심인 세상살이를 조금은 떨어져 객관적으로 보게 해 주고 달래주었다. 아이를 혼자 키우는 엄마로서의 삶을,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로의 삶을, 살아온 날 보다 살아갈 날이 적어진 한 사람으로서의 나를 차분하게 돌아보며 생각을 멈추고 쉴 수 있는 기회 되었다.

사실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사춘기에 들어선 내 13살 아들을 위한 작은 시작이었다. 웃으면 눈이 반달이 되는 내 아이는 참 밝고 건강한 아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사실 힘든 적이 거의 없었다. 혼자 힘으로 아이를 키우면서도, 밤잠을 설치면서도 난 늘 행복한 엄마였다. 아이가 보여주는 행복함이 나에게는 피로함보다 훨씬 컸다. 그런데 그런 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조금씩 달라졌다. 어느 순간 나는 어릴 적 아이를 무척이나 그리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너 아기 때 진짜 귀여웠는데."

입버릇처럼 말하니 아이가 물었다.

"그럼 지금은 안 귀여워?"

과거의 추억에 허우적 대고 있을 때 현재의 아이를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아이의 사춘기 자람을 보며 느끼는 내 감정을 글로 나타내 보자 했다. 그렇게 아이에 대한 글을 썼고 첫 브런치 북을 만들었다. 그런데 이 브런치 북이 다음 노출이 되면서 아이에게는 좋은 선물이 되었다.

브런치북을 만들 때 커버로 사용한 그림은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닐 때 그린 그림이다. 화가를 꿈꾸는 아이의 첫 작품이랄까.

"엄마가 너에 대해서 쓴 글이 다음에 떴어!"

"와... 진짜 신기하다. 엄마 그럼 이제 진짜 작가야?"

얼마 전 작가 김영하의 신작 <작별인사>를 읽다가 한참을 멍해있었다. 놀라운 것은 그 책의 내용이 아닌 책 끝에 나온 '작가의 말' 한 부분 때문이었다.  

이 소설이 이제 세상에 나가 어떤 반응을 얻게 될지는 모르지만, 나의 모델 독자는 언제나 한 사람이었고, 그에게 마음이 전해졌으니 그것만으로 이미 충분한 보상을 받은 것 같다.


나에게도 나의 모델 독자는 언제나 한 사람이었다. 나의 하나뿐인 13살 아들. 그 아이에게 내 순간순간의 고마움, 미안함이 전해진 것 같아서 나 역시 충분했다. 언제나 글의 영감을 주는 내 아이. 심심할 때는 엄마 글을 처음부터 여러 번 읽는다며 고백을 해준 나의 아이가 부족한 엄마지만 항상 나를 위해 조금 더 착해지려고 노력하고 있구나를 느껴줬으면 했다. 렇게 아이를 위한, 나를 위한 글을 낭비하다 보면 언젠가는 조금 더 글스럽고, 책스러운 것들로 연결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들다. 글은 과거의 경험과 노력에서 온다고 하는데 내 글들은 내 아이와 살아가는 삶과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더 좋은 부모가 되고자 했던 나의 노력의 결과인 것 같다.

브런치와 보낸 1년. 내게는 사춘기를 넘어가는 아이와 그것을 바라보는 사춘기 아이를 둔 엄마의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 되었다.


1년을 쓸 수 있었던 힘


처음 브런치 글을 쓸 때는 누가 읽기는 할까? 하는 생각을 하며 글을 발행했었다. 사실 내가 브런치를 한다는 것을 아는 지인은 딱 5명이고 그중에 내가 직접 '나 글 쓰고 있어'라고 말한 사람은 2명뿐이었다. 1년 동안 구독자가 지인을 빼면 20명이다. 20명이 어떤 이유로 내 글들을 구독하는지는 모르지만 내게는 너무나 든든한 한 사람, 한 사람들이다. 자주 보는 분들이니 라이킷을 눌러줄 때마다 감사하고, 어쩌다 남겨준 댓글에 아직도 답글을 남기는 게 어색한 나다. 나머지 5명의 지인들은 맹렬한 충성심(?)을 발휘하며 내 글을 읽어주고 피드백해준다. 발행과 동시에 틀린 글자를 찾아 화면을 캡처하여 빨간펜으로 수정하라고 연락을 주고, 이번 글은 정말 좋았며 칭찬이나 고마움을 표현해주기도 한다. 아마 이런 사람들이 내게 있어서 아마 지난 1년 동안 나는 글을 쓸 수 있지 않았나 싶다.


글을 쓸 수 있는 날은 살만한 날들이었다. 현실에 부침이 많을 때는 글을 쓸 여유가 전혀 생기지 않는다. 지난 1년. 몇 해 동안의 힘들었던 시기를 넘어 아마 나도 살만한 시기가 아니었나 싶다. 앞으로 더 많이 살만한 날들 속에서 더 많은 글을 낭비하며 살고 싶다. 브런치 십년 살이, 이십년 살이를 쓸 나를 상상하니 벌써부터 입에서는 외마디가 소리내어 나온다.

'살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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