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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Jun 05. 2022

캠핑 하루


오랜만에 후배 부부의 초대로 캠핑을 다녀왔다. 2년 만의 노지 캠핑이다. 오랜만에 사용할 텐트와 침낭, 에어매트까지 챙기고 있자니 괜히 설레었다. 후배 부부가 새로 구입했다는 텐트는 천장이 높은 아치형이라서 그 안에 들어가니 요새에 들어온 느낌마저 들었다. 동굴로 들어온 느낌.  해가 지고 풀을 갓 베어낸 땅에 텐트를 치고 앉으니 풀냄새가 코 끝에 느껴진다. 타닥타닥 나무가 타들어가는 소리, 잉걸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보자니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다. 늘 아이와 함께 인 나를 배려해 일정을 맞춰 주고 모든 준비를 선뜻해주며 몸만 오라는 그 마음에 잠시 삶의 무게도 내려놓는다. 그들에게 고마움을 충분히 표현하고 하고 부부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보지만 받은 마음의 크기에 비해서는 늘 부족해 보인다.


우연히 같은 책을 읽고 있다는 사실을 안 후배와 나는 이번 캠핑에서 독서 캠핑을 보자며 설레었다. 책을 어떻게 읽었는지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후배를 위해 준비해 간 책을 선물하고 후배가 요즘 읽고 있다는 책을 소개받았다.

그렇게 생각을 나누고  말장난을 하며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자니 행복이라는 건 어쩌면  좋은 사람들과 나누는 일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름 모를 새들이 내는 소리가 너무 커서 잠이 깼다. 시계를 보니 새벽 5시가 막 지난 시간이다. 숲 한가운데 들어가면 한 번 들린 작은 새소리에도 걸음을 멈추곤 했는데 이렇게 다채로운 새소리를 들으 잠이 깰 수 있다니 놀라웠다. 말 그대로 새소리가 시끄러웠다. 잠이 완전히 깨지 않은 채 얼마나 많은 종의 새들이 내는 소리일까 구분 지으며 세어보다 까무룩 잠이 다시 들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새소리에 한 번 잠이 깼는데 이번에는 바람이다. 한 참을 자고 있는데 큰 바람소리가 들리더니 뭔가 후드득 텐트 위로 흩뿌려지는 느낌이다. 고개를 들어보니 나무에서 잎이랑 열매들이 떨어진 것이었다. 바람이 한 번 더 불어 텐트 안으로 기분 좋 바람이 훅 들어온다. 침낭 위로 빼꼼 내민 얼굴에만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진다. 나도 모르게 눈을 떠 텐트 창으로 비친 하늘을 올려다본다. 나무의 움직임이 느껴지며 날씨를 보게 된다.

몸을 일으켜 가만히 밖을 내다보다  2022년을 살아가는 내가 왠지 이 순간 수만 년 전 선사시대 사람이 된 착각이 들었다. 그들은 이렇게 새소리와 바람소리에 잠을 깨고, 눈을 뜨며 그날의 날씨를 확인하며 하루를 열었을 것만 같다. 야외에서 잠을 잤지만 몸은 되려 불편하지 않고 머리가 맑아진 느낌이다.


우리가 집에서 키우는 식물들은 원래 집에서 잘 자랄 수 없는 것이란다. 원래 야생에 두면 그저 잘 살아갈 것을 굳이 좁디좁은 화분에 가둬두고 채광이 적은 베란다에 두니 꽃을 피울 수 있는 식물들이 꽃을 피우지 못하고 몇 미터까지 클 수 있는 식물들이 생장을 멈춘다고 한다.

아마 우리 사람도 그렇지 않을까? 원래 사람도 다른 동물처럼 산과 들에서 이렇게 새소리에 바람소리에 햇살에 눈을 뜨며 살아가야 되는데 환경을 차단하고 좁은 집에서만 살아가면서 원래의 사람다움을 잃어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대로 두면 될 것을, 그대로 두었을 때 우리가 다시 되돌려 받을 수 있는 축복들에는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본다.

행복은 이렇게 자연에서, 사람에게서 이렇게 오는 건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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