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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Jun 26. 2022

이게 사춘기지!

13살 지구인 이야기(32)

"엄마 뭐해?"

아직은 엄마인 나와 이야기 나누기를 좋아하는(좋아하는 것 같은...) 아이는 가끔 내가 침대에 기대어 책을 읽을 때  말을 건다.

'엄마 게임해도 돼?' '나가서 농구하고 와도 돼?' 같은 질문이 대부분인데 오늘은 심심했는지 오른쪽  엉덩이를 무리하게 들이밀며 굳이 나보고 옆으로 가라며 침대같이 앉는다.

"엄마 내가 좋아하는 아이 있게 없게?"

"있는 것 같은데?" 없으면 물어볼 리가 없 아이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누구게?"

이런 아이의  흥미로운 질문은 날마다 오는 기회가 아니기 먹이를 발견한 사자처럼 눈을 크게 뜨고 민첩하게 반응해야 한다.

내가 알고 있는 우리 학교 6학년 여자 아이의 모든 이름을 하했다.

이름 하나하나가 내 입에서 나올 때마다 아이는 땡! 뭐라고? 말도 안 돼! 외치며 마치 옥수수 알갱이가 팝콘이 되듯 침대에서 몸이 튀어 오른다.

"그럼 힌트 좀 줘봐. 초성 힌트 같은 거."

"사실 아까 엄마가 말했던 이름 중에 있어."

"오... 그렇다면! **구나!"

이름들이 나왔을 때 가장 이의 반응이 좋아 보였던 이름을 떠올렸다.

"맞지?" 아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침묵도 하나의 대답임이 틀림없다. 아이는 이걸 맞춘 엄마를 신기하게 쳐다보기만 한다.

"고백해볼 거야?"

"아니. 아직은. 절대 도와줄 생각하지 마."

"도와주려고 해도 내가 도와줄 수가 없지."

"그런가?" 골똘히 답을 찾아보는 것 같은 아이의 모습을 보니 도와줄 생각이 하나도 없다가 생겨버렸다. 

"그 애가 너 좋아하긴 하는 것 같아?"

"지난번 나한테 좋아하는 아이가 있냐고 물어본 적은 있어."

"그럼 너도 같은 질문을 해보는 건 어때?"

"혹시 아니? 그러다가 너라고 하면..."

"나도! 너 좋아해. 꺄악!!!"

말을 하다가 13살 아이에게 감정 이입된 45살 엄마는 혼자  손을 얼굴에 갖다 대며 요란을 떤다.

"엄마! 나쁘지 않은데?" 요란 떠는 엄마와 달리 아이는 진지하다.

아이는 또 특유의 생각 모드를 작동시는지 말이 없다. 이럴 때는 조용히 퇴장!


아이가 고학년이 되더니 부쩍 이성친구에 관심을 갖고 외모에 신경 쓰는 게 보인다. 예전에는 아무 옷이나 입고 가더니 이젠 거울 앞에도 서보고 머리를 만지기도 하면서 어디 이상한 부분은 없는지 확인을 받는다. 이렇게 아이의 사춘기는 서서히 무르익나 보다.

사춘기에 이런 짝사랑 하나쯤은 있어야 사춘기지!

아이가 건강하게 자기만의 궤도를 잘 돌고 있는 것 같아 엄마로서 지켜보는 맛이 있다.

다음에는 또 어떤 사춘기 쇼를 보여줄지 모르지만 아이에 조금씩 설레는 일들이 더 생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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