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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Jul 10. 2022

빨래를 개야겠어

13살 지구인 이야기(35)

이번 여름 시작부터 진심 덥다. 보 문자가 매일 오는 요즘, 한 여름에도 따뜻한 커피를 마셨던 나도 못 견디겠어서 아이스커피로 마시게 된다. 하느님이 보우하사 고장 난 에어컨은 취소자가 있었는지 흘이나 일찍 예정된 날보다 빨리 고칠 수 있어서 견딜만하다.

이런 여름. 유일한 장점이 있다면 빨래가 정말 빨리 마른다. 표준코스로 세탁한 뒤 널기만 해도 금세 반나절이면 마르는 것 같다. 그것도 빳빳하게.

토요일 아침. 빨래를 거둬들이고 거실 한편에 두었다. 커피 마시고 개야지, 이것만 하고 개야지 던 옷들은 저녁까지도 그대로 있었다.

내가 할 일이니 뭐 좀 늦게 하면 어떠냐 하고 배짱 더하기 게으름을 부린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아이가 소파에서 일어나더니 한마디 한다.

"빨래를 개야겠어 보는 내가 다 불편해"

그러더니 분주하게 빨래를 개고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예쁘게 빨래를 개기보다는 '빨리' 가 우선인 나와는 달리 아이는 뭐든 예쁘게 주의다. 옷 하나를 개는 데에도 정성이 들어간다.

"어때?"

옷 하나를 개더니 내게 잘했는지 보라고 한다.

참 예쁘게도 개어 놓았다. 마룻바닥에 내 것과 자기 것을 분류해서 정리해 놓은 것을 보니 귀여워 피식 웃음이 난다.


아이가 13살이 되는 동안 모든 집안일과 육아, 일까지 쉼 없이 혼자 달려온 느낌이다. 제는 아이가 크니 슬슬 내일을 하나씩 나눠서 해준다. 물론 불쌍한 척, 아픈 척, 피곤한 척 엄살을 부려야 관심을 지고 해 주고는 하지만 아이가 오늘처럼 가끔 나를 도와주는 모습을 등 뒤에서 바라보고 있노라면 흐뭇하다.

엄마 빨래는 바로 개라며 일어서는 아이의 오늘  잔소리가 어쩐지 듣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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