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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Jul 29. 2022

[서평] H마트에서 울다

#2022-5

이 세상에 차가워 굳어진 마음을 한 순간에 녹여버리고 마른 눈물까지도 나오게 할 수 있는 단어가 있다면 그 단어는 '엄마' 것이다.


미국인 아빠와 한국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작가가 엄마를 갑자기 병으로 잃은 상실과 애도를 담은 책이며 예술가가 된 딸의 시선으로 1세대 미국 이민자인 어머니의 삶을 돌아보는 이야기이다. 책 띠지에 '이 책을 읽고 울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라는 문장을 읽고 괜한 오기가 생겨 울지 않으려고 했으나 저자가 한국에 와서 순회공연하는 장면에서는 10대 때 저자가 호기로움으로 언젠가 객석이 꽉 차는 날이 올 때까지 계속 노래하 살면 된다고 했던 장면과 오버랩되어  자리에 함께 할 수 없게 되어버린 엄마의 마음에 빠져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흘렀다.

 

책에는 유달리 한국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어렸을 적 엄마와 한국에 들어올 때면 먹었던 음식들, 엄마가 한인마트에서 장을 보고 해 주던 음식. 음으로 우리나라 문화의 핵심은 음식이 아닐까도 생각이 들었다. 엄마의 병을 알고 엄마가 좋아하는 한국음식을 전부 해 드려 기운을 북돋우려고 노력하는 딸 사부작 거림은 엄마에 대한 딸의 사랑이었 한국  음식은 엄마와 작가의 추억을 이어주는 연결고리.

엄마를 그리워하며 상실감을 이겨내기 위해 저자 다양한 한국 음식을 회상하고 만들면서 자신의 슬픔을 단단하게 가꾼다. 한국의 핏줄이 흐르지만 온전히 한국인이라고 할 수 없는 그녀의 시선을 통해서 본 다양한 한국음식들은 새롭게 다가와 잠시 읽던 책을 내려놓고 음식을 만들고 싶은 마음을 일으킨다.


사실 나는 엄마가 되고 나서 죽음이 두려워졌다.

아이가 5살쯤 되었던 것 같다.  <엄마가 유령이 되었어>라는 그림책을 아이에게 읽어 주다가 엄마도 언젠가는 죽고 더 이상 옆에 있을 수 없다는 이야기를 아이에게 처음 꺼냈을 때 아이는 듣자마자 굵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펑펑 울었다.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아이에게 내가 언젠가 죽을 수도 있다는 당연한 사실은 알려준 것은.

그때부터 무슨 일이 있어도 오래오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부모와 자식은 서로를 살게 하는 그런 사이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얼마나 그 사이를 당연하다 여기며 살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니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이 당연 치 않음을 알게 된다.


번역본을 읽고 원어의 느낌을 느끼고 싶어 원서를 펴는 순간 다시 눈물 흘렸다. 엄마라는 한국어가 이렇게 강한 울림을 주는 경험은 처음이다.

 만히 생각해보면 이 책은 슬픔을 말하고 있지만 우리 생에 불현듯 들이닥치는 슬픔이나 고통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억들을 망치고 마음을 곪게 두지는 말아야 함을 해주는 것 같다.

건강하게 엄마와의 기억을 지켜내는, 기억을 바탕으로 엄마를 뒤늦게 알아가는 작가를 보며 어떤 고난과 슬픔이 다가오더라도 묵묵히 이겨내고 오늘을 살아갈 힘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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