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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Aug 20. 2022

[서평]훌훌

#2022-7

어릴 때 입양되었지만 엄마는 떠나버리고 할아버지와 단 둘이 살게 된 서유리. 외롭게 자라오면서 자신의 처지에 맞는 미래를 계획하고 상처를 덜 받는 방법을 터득해 버린 아이.


어느 날 연락도 없던 엄마의 죽음과 함께 재혼을 해서 낳은 어딘지 모르게 첫 만남부터 우울 동생 연우가 유리의 인생에 들어오게 된다.

대학을 합격하게 되면 훌훌 털고 집을 떠나고 싶은, 앞으로의 삶은 쭉 뻗은 학교 운동장처럼 평탄했으면 하는 아이에게 갑자기 나타난 동생은 유리를 힘들게 했다. 도벽과 학습부진, 폭력성향과 거짓말 등으로 학교에 보호자로 가는 일이 생기고 돌보는 데 많은 시간이 들어 자신의 미래를 걱정하지만 어느덧 자신의 삶에 들어온 연우에게 최선을 다하는 유리의 모습은 한 아이의 엄마인 내게 뭉클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입양아로서의 유리의 삶과 부모가 있었지만 사랑을 받지 못하고 가정폭력에 시달린 연우의 삶.

두 아픈 영혼이 만나 한 영혼이 다른 영혼을 심폐소생술처럼 살려내고 서로의 영혼이 함께 살아가게 되는 이야기를 읽으며 내가 이 아픔을 감히 상상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특히 연우를 보면서 이 아이를 내가 학교에서 만났으면 나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이 아이에게 어떤 선생님이 될 수 있었을까? 아이가 그렇게 될 수밖에 없던 환경을 들여다보면 감히 그 아이를 탓할 수 없다. 얼마나 많이 우리는 보이는 결과만을 가지고 상대방을 비난하게 되는지 돌아보게 된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렇게 작지만 확실한 행복>에서 고생이나 고통이라는 건, 그게 타인의 몸에서 일어나는 한, 인간으로서는 정확히 이해할 수 없는 법이라고 했다. 힘들고 지쳤던 아이의 삶을 보듬어 줄 수 있는 선생님이 되어야 함을 한번 더 생각한다.


<훌훌>을 읽고 이야기를 읽는다는 것은 어쩌면 그런 사람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작가와 독자가 만나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억지로 결과를 만들어내지 않고 끝난 이 책의 결말처럼 우리의 삶도 범위 안에서 어떻게든 살아지고 살아내야 되는 것인 게 맞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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