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토리 Aug 23. 2022

완벽한 알람

절기상 더위가 그친다는 처서인 오늘이다. 하지만 오늘도 날씨 앱을 보니 체감온도가 35에 이른다. 이번 여름은 더위가 늦게 시작되나 했더니 여느 여름보다도 더웠다. 내가 있는 제주는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았고 연일 폭염경보가 내려지는 날이 이어졌다.

우연히 듣던 지역 라디오에서는 제주에 관광을 왔는데 폭염이라 힘들지만 아이들 때문에 힘을 내서 여행한다는 청취자 사연이 나오기도 했다.


주말이면 10시까지도 잠을 자는 아이가 웬일인지 일찍 일어나려고 꿈틀대기에 날이 좋아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다.

밤동안도 가라앉지 않은 덥고 습한 공기가 코를 훅 때리고 얼굴에 누가 뜨거운 바람을 불어 대는 느낌이다.

"완벽한 알람이네." 이불속에서 눈도 뜨지 않던 아이가 갑자기 목소리를 냈다.

"알람?"

"매미 소리 말이야." 아이의 말에  한번 더 매미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았다. 아이 말처럼 다른 날과 달리 매미가 유난히도 시끄럽게 울어댔다.

아이에게 수컷이 우는 것이라고 암컷은 울지 않는다고 했더니 암컷을 유혹하는 게 엄청 치열한가 보다며 아이가 웃으며 일어난다.

이 완벽한 알림인 매미 소리가 사실을 알고 나면 짠하기까지 하다. 성충이 되기까지 7년을 준비해 열흘쯤 살다가 생을 다하는 매미가 이렇게 크게 울어대는 것은 산란을 위해 암컷을 찾는 구슬픈 목소리이기 때문이다.

낮에 활동하는 매미가 더운 날씨 탓과 빛공해로 해가 진 저녁에도 늦게까지 우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한다. 이제 생각해보니 늦게까지 울 수 있는 것은 매미 입장에서는 자신을 드러내는 시간을 더 얻어낸 소중한 기회일지도 모를 일이다. 


이 지구에서 같이 살아가는 수많은 동식물의 생태를 보면 겸허해진다. 거창하지 않아도 포기하지 않고 이 세상에 살아가는 동안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꾸역꾸역 살아가다 보면 암컷을 찾기 위한 소리가 누군가에게는 알람이 될 수도, 누군가에게는 여름을 알리는 기분 좋은 신호일 수도 있는 것처럼 삶이 의미 있어지는 게 아닐까. 그 여느 때보다 더웠던 여름. 뜨거워지는 매미소리가 잦아들면 다시금 또 나는 이 요란한 매미 소리와 여름을 그리워하게 될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서평]훌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