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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Aug 24. 2022

고백이란 무릇

13살 지구인 이야기(46)

나는 요즘 13살 난 내 아들에게 용기를 내어 고백을 해보라며 옆에서 바람을 넣는 엄마가 되고야 말았다.

1학기 때부터 좋아하는 여자 아이가 있는데 고백을 하지 못하겠다고 들은 적이 있었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다른 아이들의 시선도 있고 같은 반이지만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고백은커녕 조금이라도 이야기하려고 치면 다른 아이들이 쳐다보고 끼어 들어서 그럴 틈 자체가 생기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드디어 절호의 기회가 왔다. 개학을 하고 랜덤으로 짝꿍을 정했는데 둘이 나란히 앉는 짝꿍이 된 것이다. 개학 첫날부터 아이는 짝꿍이 되었다며 퍽 마음에 들어 했다. 그런데 어제 아이가 나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줬다.

"엄마, 짝꿍이 나보고 멋지대."

아이의 말을 듣는데 내가 꺄악 소리를 질러냈다. 엄마의 호들갑에 그런 게 아니라 자기가 쉬는 시간에 학원 숙제 못한 것을 하고 있는데 중학교 영어를 한다고 멋지다고 했다는 것이다. 상대방이 어떤 이유로든 멋지게 봐주고 있다는 것은 설레는 일이다.


"엄마 고백을 할까?"

"해봐. 나중에 용기 있는 다른 아이가 고백해서 사귀어 버리면 넌 어떡하냐."

"안되지 그건!" 아이의 눈이 작게 되며 표정이 심각해진다.


짝꿍으로 얼마나 같이 앉을 수 있냐고 물어봤더니 고작 2주라고 한다. 14일이라는 아이에게 내가 주말 빼면 딱 10일인데 어제, 오늘이 지나갔으니 너에게는 8일의 찬스가 주어진 것이라고 했다.

아이의 눈이 사뭇 진지해지기에 그냥 좋아한다고 고백하기 힘들면 먼저 좋아하는 아이가 있는지 물어보고 혹시 너에게도 같은 질문을 하면 그때 대답해주는 건 어떠냐고 나름의 코치를 했다.


고백이란 무릇 자연스러워야 한다. 억지스러운 상황을 만들어서도 안되고 너무 진지하거나 너무 가벼워서도 안된다. 그런데 그런 상황을 만들기가 쉽지가 않으니 고백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부담감이 생기는 것 같다.

고백을 할 경우 가장 큰 두려움은 거절에 대한 두려움이다. 거절을 당하면 내 존재 자체가 통째로 거부되는 느낌에 힘든데, 자칫하다가는 친구나 선후배로 지내오던 인연까지도 순간에 끝날 수도 있기 때문에 진정 리스크가 크다. 그래서 고백하면 짝꿍처럼 떠오르는 단어가 용기일지도 모른다.


아이에게 나중에 고백해서 성공하면 꼭 알려달라고 부탁을 해뒀다. 처음 해보는 고백으로 아이의 심장이 얼마나 쿵쾅댈지 감히 상상이 안된다. 사귀고 안 사귀고는 별도의 문제다. 서로가 서로를 좋은 감정으로 바라보고 지지해주고 있다는 그 감정의 교류가 아이를 설레게 하는 그 무엇이 될 것이다.

내 마음이 상대방에게서 받아들여지는 경험은 참 복된 경험이며, 그 경험을 아이가 했으면 고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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