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 폭염경보가 내려져 덥디 더운 여름날, 굳이 아이가 집 주변 놀이터로 농구를 하러 다녀오겠다고 한다. 말려봤지만 괜찮다며 나가는데 걱정스러운 마음이 드는 것을 어쩔 수가 없다.
아이가 나가고 에어컨 아래에서 시원하게 혼자 앉아 있는데 이건 아니다 싶었다. 냉장고에서 시원한 물을 꺼내 종종걸음으로 아이가 있겠다는 놀이터로 향했다.
5분 정도 잠깐 놀이터로 걸어가는데도 땀이 흐르고 더운 바람이 얼굴로 불어와 견디기 힘들 정도다.
'어떻게 이 날씨에 농구를 한다는 거야?' 아이에게 단단히 다음에는 그러지 말라고 일러둬야겠다는 생각뿐이다.
놀이터 근처에 다다르니 농구공 튀기는 소리가 저 멀리에서도 들린다. '탕' '탕'
무더위에 아무도 없는 놀이터에서 아이는 땡볕 아래에서도 슛을 쏘고 있다.
"물 배달 왔습니다!" 물을 건네자 아이는 시원한 생수를 벌컥 한 번에 비워낸다.
"안 더워?"
"더워!" 아이의 얼굴 위로는 땀방울이 흘러내리고 입고 간 티셔츠에는 흥건히 땀이 고여있다.
그만하고 들어가는 게 어떻겠냐고 했더니 조금만 더 하고 가자고 하길래 그대로 지켜봤다. 하지만 곧 아이도 지쳤는지 바닥에 주저앉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농구가 그렇게 좋냐고 물어봤더니 망설임 없이 좋다고 대답한다.
그 뒤로 아이는 더 이상 더운 한낮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서는 농구를 하지 않았다. 대신 저녁을 먹고 땅거미가 질 즈음 불이 켜진 놀이터에서 한 시간씩 거의 매일 농구를 했다. 혼자 레이업도 하고, 슛도 쏘고, 누군가 있다고 생각하며 돌파도 해보고 바쁘다. 어느 날엔가 아이의 방에 가보니 A4 용지에 특별 강화 메뉴라고 적힌 종이가 있길래 뭔가 봤더니 자기가 그날그날 농구 연습을 한 기록이었다.
매일 이렇게 농구를 해서 기록을 하고, 농구 만화를 읽고, 철 지난 농구 예능을 보고, 일주일에 두 번 집 근처 농구클럽에서 농구를 배운다. 아이는 그렇게 농구라는 세계에 빠져들어가고 있다.
"엄마, 농구하고 땀 흘린 다음에 하는 샤워가 제일 개운해."
13살 사춘기 남자아이에게 행복이란 이런 거구나 싶다. 무언가에 시간을 쓰고, 힘든 것들을 참아내며 그 끝에 찾아오는 이런 행복들이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 아닐까. 일상에서 자신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행복을 스스로 찾아가는 아이가 참으로 보기 좋다. 마음을 둘 곳이 있다는 것은 그게 사람이 되었든 하나의 일이 되었든 삶에 위로가 되는 게 분명하다. 아이가 이렇게 언제든 자신을 위로해주고 확실한 행복을 줄 수 있는 사람, 장소, 일들을 하나씩 잘 발견해서 건강한 어른으로 가는 길이 행복했으면 하고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