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틀릴 수 있다.
13살 지구인 이야기(47)
내 아이는 물건을 잘 잃어버리곤 한다. 한 번은 학교에 가지고 다니는 텀블러가 연일 사라져서 잘 찾아보고 오라고 한 적이 있다. 그런데 한 보름 뒤엔가 3개를 한 번에 들고 나타났다.
"엄마, 이거 다 학원에 있었어." 찾았으니 다행이라며 아이와 좋아했다.
텀블러에서만 끝나면 좋으련만 다음에는 모자였다. 모자가 잘 어울리는 아이를 위해서 모자를 하나 사주었고 아이도 퍽이나 마음에 들어 했었다. 그런데 퇴근길 학교 구령대에 아이의 모자가 놓여 있었다.
'또 흘렸구나.' 하며 내 가방에 넣고 집에 갔고 저녁 시간 괜히 아이를 놀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모자 쓰고 갔는데 모자가 안 보이네?"
아이는 당황을 하며 어디에 두었는지 생각하더니 말했다.
"내일 학교에 가서 찾아볼게!"
"여기 있어!" 가방에서 모자를 꺼내 주자 아이는 어디에 있었던 거냐며 묻고는 겸연쩍어한다.
이런 작은 일들이 반복되기를 여러 번.
지난 일요일. 아이의 지갑에 용돈을 직접 일주일에 한 번씩 넣어주는데 지갑이 없었다. 어디에 두었냐고 물어보니 할머니를 만날 때 메고 나간 작은 가방에 있을 거라고 답했다.
"없는데?"
왜 스스로 자기의 물건을 소중히 여기지 못하는 것인지 조언을 하다가 나도 모르게 화가 나서 다그 쳤다. 아이는 자기가 잘못했다고 생각했는지 고개를 숙이고 듣고만 있었다.
역시나 화의 끝은 화일 뿐이다. 그 누구도 속이 후련한 사람이 없다. 화를 듣는 아이는 고통의 순간이고, 화를 내는 나도 화를 냈다는 죄책감이 인다.
그러길 며칠 후, 아이 가방에서 가정통신문을 확인할 게 있어 꺼내다 그 지갑을 발견했다. 이럴 수가 지갑이 아이 가방 앞주머니에 있었다. 아이가 학원 가는 길에 학원 아래 분식집에서 시원한 스무디를 사 먹으라며 내가 억지스럽게 나가는 아이의 가방 지퍼를 열어 넣었던 것이 기억이 났다.
지갑을 보는 순간. 지갑을 찾았다는 마음보다 아이에게 죄책감을 심어주고 아이의 행동을 모질게 다그친 나에 대한 미움이 밀려왔다.
항상 내 생각이 옳다고만 생각하며 나는 절대 실수 할리가 없다는 오만함으로 아이에게 주었을 상처를 생각하니 이 노릇을 어쩌면 좋을까 망설여졌다.
망설일 시간에 얼른 아이에게 사과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갑 찾았어." 고개를 숙이고 있던 아이는 깜짝 놀라 고개를 들어 나를 올려다보며 어디 있었는지를 물었다.
"네 가방 앞 주머니에 있었어. 옆으로 지퍼 여는 곳에."
"휴~~ 다행이다."
아이는 나를 탓하기는 커녕 지갑을 찾았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아이에게 잃어버리지도 않았는데 잃어버렸다고 단정 짓고 화를 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엄마가 미안해. 잘 알아보지도 않고 화만 냈어."
"괜찮아. 나도 내 물건을 더 잘 챙길게."
나는 맞고 너는 틀리다는 생각으로 늘 아이보다 내가 더 실수 할리 없다고 생각했던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나도 틀릴 수 있고 아이도 틀릴 수 있는 것이다.
이 일이 있고 아이는 여느 때보다 자기의 물건을 꼼꼼히 챙기기 시작했다. 핸드폰이 있는지 한번 더 확인하고, 자기의 물통과 모자가 있는지 한번 더 눈여겨보았다.
아이를 기다리는 퇴근길, 저 멀리서 아이가 달려오며 나에게 손을 흔든다.
"엄마, 나 더블 체크했어! 다 있어 이렇게." 아이는 내게 자기 핸드폰과 모자를 들어 보이며 환하게 웃는다.
그런 아이를 보며 나도 내 마음의 여유공간을 더블 체크한다. 부모인 나도 아이도 이렇게 한 뼘씩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