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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Oct 02. 2022

늘 예쁜 달

저녁놀이 짙은 하늘에 예쁜 달이 떴다. 달의 오른쪽 호가 살짝 보이는 음력 4일의 초승달이다. 초승달은 대부분 한낮에 떠 있다가 해질 무렵 서쪽 하늘에서 잠깐 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달로 손톱 모양을 닮아서 손톱 달이라고도 한단다. 노을빛과 주변 풍경과 어울려서 참 아름답다. 실력만 있다면 붓 하나 꺼내 들고 그림이라도 그리고 싶은 풍경이지만 겨우 핸드폰 카메라로 한 장 담아보려고 한다. 애써 카메라로 연신 찍어보지만 터무니없다. 카메라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사람 눈만큼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밤하늘의 달과 별만큼 카메라를 싫어하는 피사체도 없을 듯하다. 항상 담으려는 만큼 저 멀리 달아나는 것만 같다.


시인 김소연은 <한 글자 사전>에서 달을 변해가는 모든 모습에서 '예쁘다'라는 말을 들어온 유일무이한 존재라고 했다. 변해가는 모든 모습이 기쁨이 될 수 있다니. 달이 새롭게 보인다. 생각해보니 어떤 모습으로 떠있어도 사람들은 달을 보며 달빛을 즐기고, 달의 모양을 예쁘다 해준다. 변해가는 모든 모습이 아름답다는 말이 참 부럽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말이 싶으면서도 어색하고 낯선 표현이다.

 

변해간다는 말을 우리는 부정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오래 사귄 연인이나 친구에게 '너 변한 것 같아'라는 말을 들었다면, 어딘지 내가 서운함을 만든 것만 같아 미안함이 먼저 든다. 맘에 들어 산 옷의 색이 변하면 안타깝고, 늘 마시던 커피의 맛이 변한 것 같으면 내가 커피를 잘 못 내리나 의심스러우며, 아이가 커가면서 변하는 얼굴을 보고 있자면 아쉬움이 인다. 나이 들어 생기는 주름으로 변해가는 얼굴에 세월을 느끼고, 계절이 변해 가을이 오니 어딘지 모르게 마음 한 구석이 저려온다. 몇 가지를 생각해보아도 변화를 맞이한다는 것은 역시 어딘지 상실과 체념을 불러일으키는 느낌이 크다.


달이 부럽다. 변해감에도 매 순간 예쁘다 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하지만 달만 그런 존재이게 놔두고 싶진 않다.  내가 그런 말은 들을 수 없겠지만 내 아이 자라는 모든 날 모든 순간의  변화에도 예쁘다 해줘야겠다. 내게는 유일무이하게 어여쁜 아이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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