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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Oct 09. 2022

아침으로 떡볶이를!

맛집을 일부러 찾아다니는 미식가와는 거리가 먼 편이다. 막상 찾아갔다가도 기다리는 줄이 길면 미련 없이 바로 옆 가게로 들어가는 알 수 없는 실행력마저 있다. 그런데 여행을 가면 모드가 달라진다. 이왕이면 내가 사는 곳에서는 먹을 수 없는 지역 음식이나 맛있다는 맛집을 찾아가 보곤 한다. 


아이와 서울 나들이 2일째 아침으로 무엇을 먹을까 한참을 찾다. 설렁탕, 김치찌개, 한정식, 브런치 카페 등이 맛집으로 줄줄이 뜨지만 아이가 좋아할 만한 것이 뭔가 더 있을 것만 같았다. 드디어 나왔다. 떡볶이! 백종원의 3대 천왕, 생생정보통, 생활의 달인 방송에 모두 나올 만큼 맛집이란다. 뉴를 살펴보니 가격도 저렴하고 리뷰 또한 훌륭하다. 지어 아침으로 떡볶이라니 단 한 번도 먹어보지 않았는데 이 가게는 8시 30분부터 일찍 연다고 한다. 단 줄을 오래 서야 한다는 단점! 그래도 여행자라면 그런 수고로움은 견뎌야 하지 않겠는가!


 역시 아침잠이 많은 아이는 일어나기 힘들어 하기에 혼자 떡볶이 집으로 갔다. 번화한 큰길 뒤로 작은 가게들이 늘어선 좁은 골목에 가게가 있었다. 가게에 들어서는 순간 시간여행자가 된 기분이 든다. 세월을 기어코 피한 듯 한 스러운 가게 분위기에 놀랐다. 조리대 앞으로 줄줄이 쌓아놓은 튀김과 밥, 김이 모락모락 나는 떡볶이가 내가 어릴 적 사 먹던 학교 앞 떡볶이 집을 떠올리게 한다.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이 한 분 김밥을 말고 다른 분은 주문이 들어온 음식을 천천히 담아주셨다.

그 여유로움에 주문하는 것이 꽤나 조심스러워진다.

"저 주문을 해도 될까요?" 

"뭐 줄까요?"

"떡볶이 김밥 순대 포장이요."

하나는 빼도 될 것 같은데 어쩐 일인지 그렇게 시키고 있는 나. 포장도 단출하다. 일회용 비닐에 담긴 떡볶이, 순대와 은박지에 두 줄로 나눠져 작게 담긴 김밥. 포장을 푸니 떡볶이의 비주얼이 놀랍다. 정말 빨간 국물에 떡만 있는 떡볶이 흔한 대파 한 조각도 보이질 않는다. 그리떡이 무척 통통하니 떡집에서 굵게 뽑아온 가래떡다. 어릴 적 떡국을 한다고 저런 떡을 적당히 식히고 썰었던 기억이 살짝 스쳐 지나간다.  작은 나와 아이는 두 번 잘라먹어야 할 크기다.


떡을 하나 집입에 넣었더니 매운 향이 훅 올라온다. 짝 컥컥거리다가 정신을 차리니 입안 가득 쫄깃쫄깃 한 떡이 조금 단단해진 마시멜로우풍선껌을 씹고 있는 느낌을 주었다. 오로지 떡과 국물 만으로 이렇게 떡이 부드럽고 맛있을 수 있는지 떡 하나를 을 때마다 맛을 음미하게 된다. 내 인생 최초로 아침으로 먹은 떡볶이는 정말 최고였다.

나는 요리할 때 늘 더하기만 생각다. 떡볶이에도 온갖 것들을 다 넣어봤었다. 하지만 오늘 빼기 요리의 전형을 보여주는 떡볶이를 맛보니 내가 틀렸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내가 맛 본 떡볶이처럼 기본에 충실하고 욕심내지 않을 때 사람도 음식도 그 맛이 가장 좋은 것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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