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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Oct 10. 2022

비를 피하는 아이

13살 지구인 이야기(56)

서울 여행을 준비할 때, 금요일 빼고는 비 소식이 있었다. 게다가 오늘부터는 비가 오고 기온이 10도 아래로 뚝 떨어진다는 예보가 있어 두툼한 옷까지 챙다.

"여행할 때는 날이 좋아야 되는데..."

이런 나와는 달리 아이는 날씨 걱정 하지 않았다.

"엄마 내 생일엔 비가 온 적이 없어 걱정하지 마."

날씨 예보걱정하는 나를 보며 무슨 걱정이냐 말했다.


아이가 태어나던 날. 하늘이 눈부시게 푸르렀다. 그리고 매년 아이의 생일엔 거짓말처럼 그날의 하늘을 다시 보는 것 같은 날속됐다.

13번의 생일을 맞이하기 전까지 매번 생일 전 날이면 아이에게  "내일 네 생일에는 날이 좋을 거야"라며 말해주곤 했다. 그럼 정말 날이 화창하고 맑았다. 아이도 그런 경험치로 자기 생일엔 절대 비가 오지 않을 거라며 이번에 이토록 날씨에 자신만만하다.


그런데 내 느낌에 이번은 다를 것 같다. 날씨가 아이 생일에도 정말 안 좋을 것 아 유일하게 비가 오지 않는다고 예보가 있던 금요일에 야외장소들로 나들이 일정을 짜고 어제오늘은 실내로 일정을 잡았다.


아이의 생일 오늘 아침. 눈을 뜨고 창을 보니 햇빛이 설핏 다. 눈을 비벼 다시 보아도 구름 사이로 밝은 빛이 내리쬐고 있었다. 어젯밤까지만 해도 강수확률이 80%가 넘었는데 비는커녕 맑은 하늘이 보이다니! 역시 아이의 생일이 일기 예보를 이긴 것 같다. 급히  씨 예보를 확인하니 오전에는 다행히 비가 내리지 않고 오전잠깐 해가 나온다고 했다. 아이의 생일 아침 잠시 빛을 비춰준 고마운 해를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어 자고 있는 아이를 깨웠다.

"생일 축하해! 저기 봐! 세상에 진짜 비가 안 오고 날이 맑아!."

"안 오지! 내 생일인데" 잠에서 덜 깬 아이는 보지도 않고 말하고는 다시 자버렸다.


자기의 생일에는 날씨가 좋다는 작은 믿음이 제까지 이어질지 모르지만 오래오래 아이의 생일에는 오늘처럼 따뜻한 햇볕과 파란 하늘이 마음을 뜻하게 해 주었으면 좋겠다.


비도 피해 가는 아들아,

진심을 담아 너의 13 번째 생일을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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