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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Oct 28. 2022

금요일의 위안

13살 지구인 이야기(62)

'금요일입니다. 기분 좋은 하루 보내세요'

아침에 차에 시동을 켜니 친절한 내비게이션이 아침인사를 보낸다.

"기분 좋은 루 보내세요."

뒷좌석의 아이가 멘트를 잠꼬대처럼 소리 내어 따라 한다.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금요일이 왔다.


사실 아이의 금요일은 어른인 내가 보기에도 힘든 하루다. 1학기에는 월, 수, 금요일에 영어와 수학을 1시간씩 학원 수업을  받았데 학원 스케줄이 갑자기 바뀌어서 2학기 금요일은 6교시 수업 후 학원을 가서 영어 1시간 수학 2시간을 이어서 받아야 한다. 아침부터 저녁 6시까지 9시간의 공부라니.


언제부턴가 금요일 학원에서 나오는 아이 모습이 안쓰러워서 돌아오는 길에 아이가 원하는 저녁을 사주고 집에 와서는 마음껏 게임 하고 자기가 원하는 것들을 하도록 했다.

"엄마 왜 이렇게 금요일마다 잘해주는 거야?" 

"너도 불금이란 게 있어야지!"

"불금? 그게 뭐야?"

아이에게 불금의 뜻이 무엇인지 설명해주고 너도 한 주 동안 고생했으니 금요일 저녁은 신나게 놀면서 스트레스를 풀어보라고 했다.


그때부터 아이는 나만큼이나 불금을 꿈꾸며 금요일 저녁을 기다리게 되었다. 아이의 불금이라고 해봐야 평소 먹고 싶은 음식을 먹고, 마음껏 게임하고 텔레비전보다 심심하그림 그리고 기타 치고 그런 것들의 반복이지만 그 여유로움을 아이는 한껏 즐긴다.


"자 오늘은 뭐 먹고 싶어?"

"햄버거! 빅맥세트!"

그렇게 메뉴를 정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이는 노래도 부르고 난데없이 '엄마 사랑해'라는 말도 서비스로 내게 해준다. 노래가 절로 나오고 아이의 얼굴에는 행복이 넘친다. 금요일이 주는 위안 틀림없다.


햄버거를 주문하면서 아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콘과 츄러스를 하나씩 더 주문했다. 달달함이 아이의 기분을 더 좋게 해 줄 것 만 같다. 뒤를 보니 아이가 나를 보며 씩 웃는다.  

아이의 웃음에 한 주 동안 지쳤던 나의 마음도 쉰다. 요일마다 아이의 행복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 나에겐 이게 불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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