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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Nov 06. 2022

[서평] 아주 사적인 궁궐 산책

#2022-14

주말 다시금 서울로 여행을 다녀와야 하나 엉덩이를 들썩이게 하는 책을 읽었다. <아주 사적인 궁궐 산책>. K-궁궐을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라고 소개된 이 책은 말 그대로 서울에 있는 5개의 궁궐을 소개해주는 책이다. 사적인 설명보다는 궁을 아는 친구에게 소개해준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썼다는 작가는 궁에서 받은 인상과 궁의 나무, 궁의 돌, 궁의 물건으로 나누어 우리에게 궁을 편안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해준다. 사람으로 치면 스펙을 나열한 결혼정보회사의 맞선이 아닌 우연히 친구 따라 나간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소개받는 자리 같은 인상을 진 책이다.


아이와 함께 소개된 5개의 궁 중에서 경복궁, 창경궁과 덕수궁을 다녀왔다. 그중 덕수궁을 들어서는 순간 아이도 나도 키가 큰 나무들과 전각들이 만들어내는 고즈넉한 편안함과 맑은 가을 하늘에 '우와' 소리를 냈었다. 덕수궁은 중첩의 공간이라는 작가의 의견에 동의하게 된다. 궁 안에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건물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석조전이 있고, 미술관이 함께 있어 시대와 건축양식이 중첩되어 있음을 한눈에 봐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때 내가 아이와 함께 궁에서 느낄 수 있었던 행복은 그런 외관보다도 오랜 세월 견디며 다양한 역사적 순간을 지켜보았을 나무들과 오랜 전통의 궁궐 전각들이었다. 내가 갔을 때는 야외 음악회 리허설 중이었는데 궁 내에서 울려 퍼지는 전통악기의 구슬픈 가락은 13살 아이도 돌계단 위에 걸터앉아 듣게 할 정도로 운치가 있었다.

고층 빌딩 들어선 서울의 한 복판에 이런 쉼을 즐길 수 있는 궁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싶었고, 뚜벅이 여행의 피로감을 내려놓는 경험을 했었다.


작가는 에필로그에서 정말 궁궐에 가고 싶어 졌느냐고, 궁궐의 어떤 부분이 가장 보고 싶어 졌느냐고 묻고 싶다고 했다. 그런 작가의 궁금증에 답한다면 궁궐에 가서 정말 그가 찾아낸 시선들을 내가 느낄 수 있을지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답할 것이다. 특히 그가 소개해준 희궁에 대해서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역사의 인물 사건과 연관 지으며 공부하는 마음으로 그간 궁을 다녀왔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작가의 바람처럼 궁궐을 천천히 거닐며 한 번이라도 더 미소 짓게 될 내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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