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오래될수록 더 좋아지는 것들
#2022-13
가끔 일부러 관심 없는 분야의 책들을 읽고는 한다. 나의 독서 취향 따위는 무시하고 전혀 모르는 분야의 책을 읽는다. 그런데 이런 책들이 가끔 꽤 재밌다. 아는 게 없으니 모든 게 신기하고, 모든 게 낯서니 호기심이 인다. 처음 제목만 보고 이끌렸던 <오래될수록 더 좋아지는 것들>이 내게는 그런 책이다.
작가는 우리에게 33개의 일상생활 속 물건들을 소개해준다. 침실과 거실, 부엌과 다이닝룸, 문구와 정리, 취미 및 패션용품 등 그 분야도 다양하다. 가격이 있는 가전부터 손톱깎이와 사다리까지 그녀가 소개한 제품들은 백화점이 따로 없다.
책의 구성부터가 어딘지 말끔하고 함께 담긴 사진들도 뭔가 남달라 한참을 들여다보게 된다.
어느 글에 선가는 유럽의 명품 매장에 서 있는 느낌이 들었다가도 어느 글에서는 동네 다이소에 온 편안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소개된 물건들을 하나씩 읽다 결국 여러 번 핸드폰을 들고 물건을 검색하고 장바구니에 담는 내 모습을 여러 번 목격하게 된다.
쇼핑 안내서처럼 가볍게 지름신을 불러오는 책인가 싶다가도 작가의 글을 찬찬히 읽다 보면 물건 하나에도 애정을 담아 그 선택부터 까다로울 때 우리는 더 합리적인 소비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해 준다.
저자는 집필을 위해 집 안의 물건들을 하나씩 살펴보며 물건에 담겨 있는 가족의 이야기와 다시 만났다고 한다. 오랜 시간만큼 물건에도 작가의 사랑과 추억이 깃들어져 더 소중하고 가치 있는 물건으로 거듭났기 때문일 것이다. 그 물건들은 작은 것들에도 정성을 쏟고 어여쁘게 바라봐주는 작가의 기운이 서려있지 않을까 싶다. 나에게 그런 물건들이 있을지 그리고 그 물건들은 나의 어떤 면을 닮아있을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작가처럼 내 주변에 있는 작은 것들에도 애정을 담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