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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Nov 04. 2022

온기

올해는 과학만 가르치는 전담교사기 때문에 과학실이나 학교 특별실로 이동하여 아이들을 가르친다. 9시부터 시작되는 수업이지만 출근하자마자 교실로 올라가서 불을 켜고 필요한 자료들을 컴퓨터 화면에 준비하고, 실험이나 만들기 활동이 있는 날은 그날의 준비물을 챙겨본다.


날씨가 추워진다고 하더니 오늘 아침 교실에 들어서는 순간 서늘한 공기가 얼굴까지 느껴지고 몸을 잔뜩 움츠리게 된다. 어제와는 다른 온도에 컴퓨터를 로그인하고 자료를 챙기는데 참 오랜만에 손이 차갑다는 느낌을 받았다. 역시 빈 교실의 냉기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이렇게 추운 가을이 왔구나 싶은 순간 아이들이 인사를 하며 유쾌하게 들어온다. 수업을 하다 보면 시간은 금세 지나간다. 5개 반 스물댓 명의  아이들이 번갈아 들어오기 때문에 는 시간에도 시끌벅적 요란하다.


그렇게 수업을 하다 3교시에 잠시 내려갈 일이 있어 교실문을 나서니 복도에서 부터 차가운 공기가 콧속으로 훅 들어온다. 잠시 볼일을 보고 다시 교실에 들어오니 나갈 때와는 달리 훈훈하고 포근한 느낌이 든다. 이럴 땐 정말 사람이 발열 동물이구나 싶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훈훈하게 데워진 교실의 공기를 피부로 느끼니 사람이 모여있는 것만으로도 한 공간을 이렇게 따뜻하게 할 있다는 게 새삼스럽다.

추운 날은 이렇게 사람의 온기가 더 잘 느껴진다.


사람이 한 공간에 내어놓을 수 있는 게 비단 따한 온만은 아닐 것이다. 누군가는 멋진 생각을 내어놓고, 누군가는 따뜻한 마음을 내어놓고, 누군가는 활기찬 에너지를 내어놓기도 한다.  그 누군가가 내어놓은 것들로 하루의 멋진 순간이 완성된다.

담임교사가 아닌 전담교사로 한 학년 아이들 전체를 가르치다 보면 반마다 아이들이 내어놓는 기운이 다르다는 것을 쉽게 느낀다. 우리 몸이 자연스레 내뿜는 따한 온기만큼 우리의 아이들이 내뿜는 안한 마음 온기도 많아다면 추운 날씨쯤은 순식간에 이겨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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