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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Nov 03. 2022

내편

13살 지구인 이야기(64)

평소보다 이른 출근길. 학교 앞에 차를 세우고 들어서려는데 강아지 두 마리를 산책시키던 분과 스쳤다. 그런데 갑자기 그 강아지 중 한 마리가 나에게 달려들었다. 줄이 최대치로 늘어나며 갑자기 달려든 상황이라서 하마터면 물릴 뻔했다. 간신히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아무런 사과도 없이 휙 가버리는 강아지 주인에게 원망스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이상하게도 나는 강아지들에게 공격(?)을 자주 당한다. 어릴 적 큰 셰퍼드 개에게 오빠가 쫓기는 것을 본 뒤로 나는 개를 무서워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강아지를 보면 일단 달려들까 봐 길 한쪽으로 피하거나 안 마주치게 빙 돌아서 간다.  본가에서 말라뮤트도 키워 본 적이 있지만 내 강아지를 제외한 모든 개들은 내게 공포의 대상이다. 그런 내 마음이 드러나는 것일까? 들이 자주 달려들어 놀란 경험이 많다. 그것도 아주 작은 강아지들이! 개들에게 약해 보이는 것인가 생각하니 웃프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이에게 아침에 있었던 일을 만나자마자 쏟아냈다.

"아침에 엄마 강아지한테 물릴 뻔했어."

이야기를 다 듣고 아이가 말했다.

"다음에는 내가 같이 내려야겠어."  차에서 먼저 내리고 가는 자신이 없어서 이런 일이 벌어졌단다.

" 있었으면 덤비지도 못할 강아지가!" 아이는 말 한마디마다 분노를 갈아 고 작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그저 내 하루의 작은 사건을 말한 것뿐인데 아이는 나보다 그 사건에 더 진심이다.


가끔 이럴 때가 있다. 누군가 내 기쁨과 슬픔에 나보다 더 진심이어서 그 기쁨이 두 배가 되고 슬픔이 반이 되는 그런 일. 별일 없던 작은 기쁨은 대단한 행복이 되고, 별거였던 일은 별일 아닌 일이 되는 그런 일. 람이 사람에게 주는 온기는 바로 이런 일상을 나눠 갖는 것에 있지 않을까 싶다.

오늘도 내편이 되어준 아이야.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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