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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Nov 02. 2022

빙하기야?

13살 지구인 이야기(63)

평소 때보다 조금 늦어졌을 뿐인데 집 앞에는 차를 세울 공간이 없다. 어쩔 수 없이 빙 돌아 집 뒤편에 차를 세는데 골목이 좁다 보니 차에서 내리는데도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아이에게 먼저 조심히 내리라 하고 차에 있는 짐을 꺼내려는데 계속 차가 서 피했다가 다시 꺼내기를 두어 번 반복했다. 장거리 출장으로 지쳤고 이미 해는 져서 몸도 마음도 물먹은 스펀지처럼 무거워진 였다. 우 다 챙기고 아이에게 얼른 집으로 가자고 재촉했다.

"엄마 요즘 빙하기야?"

"빙하기?"

"왜 요즘 나한테 별로 안 친절해?"

"그랬어?" 아이 말을 들어보니 요즘 들어서 내가 아이에게 예전만큼 상냥하지 않단다.  자기에게 애교도 부리고 하는 엄마였는데 애교도 없고 무뚝뚝하다며 말이다.

아이가 요즘 피곤해서 까칠한 엄마한테 서운했구나 었다.


"엄마가 얼마나 애교가 많은데" 라고 말하며 내가 어쩌다 만든 아이와 놀 때 부르는 노래의 한 구절을 불렀다.

"리틀 보이~ 리틀 보이."

그 노랫소리에 아이의 기분이 좋아졌는지 피식 웃으며 누가 볼까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조용히 해."

"빙하기 아니지? 요즘 엄마가 피곤해서 그래."

노래를 부르다가 요새 좀 바빠서 잘 못해줘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아이는 그 사과에 언제나처럼 괜찮다 한다.


나는 아이에게 사랑 표현을 매우 잘하는 편이다. 가끔 아이 앞에서 막춤도 고 큰 소리로 노래도 부른다.

"엄마 이제 반올림하면 50살이야!" 아이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나를 보며 말하지만 멈추게 할 수는 없다. 처음부터 이런 것은 아니었다. 아빠의 빈자리까지 내가 채워주고 싶어 없는 에너지 끌어올리며 웃기기도 해 보고, 혹시 반쪽짜리 부모 사랑이 부족할까 봐 사랑한다는 말도 매일 같이 아이에게 말해주 꼭 안아주곤 했다.


아이말처럼 빙하기가 온 것도 아닌데 나보다 키가 크고 목소리도 변한 아이가 나의 애정표현을 유치다 느낄까 봐 전처럼 요란을 떨지 않았던 것 같다. 제 우리 사이에도 빙하기가 올지도 모르니 이가 내 사랑 표현을 계속 원하는 한 더 듬뿍 해줘야겠다. 그 힘으로 아이가 빙하기를 잘 버틸 수 있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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