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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Nov 09. 2022

밤하늘 이벤트

저녁을 준비하는데 갑자기 핸드폰이 요란하게 여러 차례 울린다. 확인을 하니 별 관찰 앱에서 오늘 개기월식이 있다는 알람이다. 다른 때와 달리 알람이 연거푸 들어와서 이건 보통 이벤트가 아니구나 싶었다.

급하게 아이의 농구클럽에 데리러 가는 길. 하늘을 올려다봤다. 동쪽 하늘에 달이 떴는데 미 월식이 시작되고 있었다. 마침 탁 트인 공간에 있었을 때라 지나가는 사람도 없어 마음 놓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신기했다. 이전에는 소원을 빌기도 했었는데 어쩐 일인지 어제는 정말 멍하니 달만 바라보았다. 달을 보면 변하는 늑대인간이라도 될 것처럼 달의 기운 내 머릿속 생각들 가라앉뇌가 정지한 기분이 들었다. 카메라를 꺼내 30배쯤으로 확대를 하니 달의 크리에이터가 선명히 보인다. 안구건조증을 동반한 침침한 내 눈으로 보던 달과는 또 다른 달 세계였다. 점 월식이 진행될수록 경이로웠다. 자연이 무료로 주는 선물을 관람하고 있자 세상의 모든 일어나는 일들이 신비롭게 느껴지고 일상의 번잡함은 사소해 보인다.


농구를 끝낸 아이와 만나 아이에게 달을 보여주었다. 아이도 신기한 듯 하늘을 보며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달이 지구 그림자에 가려지고 그 달의 그림자에 천왕성도 가려진대."

"다음에 이런 현상은 앞으로 200년 뒤에 있대. 엄마 생에서는 마지막. 아 너도 그렇겠구나"

아이 앞에서 과학 선생님 엄마는 또 선생님 버릇이 나 아는 걸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고 한다. 


사람들은 왜 하늘에서 일어나는 천문현상에 감탄하게 될까. 늘 똑같은 패턴으로 반복되는 하늘이 어느 날엔가 별안간 른 모습으로 나타서 일지 모른다. 변함없이 밝게 떠 있는 달이 오늘처럼 사라졌다가 붉어지더니 다시 밝게 빛나다니 우주가 보여주는 마법쇼임이 틀림없다. 람들이 하늘의 달과 별을 당연시 여기기에 어쩌다 이렇게 '나 여기 이렇게 잘 있어요'라고 알려주는 것은 아닐까.

매일 행복할 순 없어도 매일 행복한 일이 있다 말처럼 내게는 세상의 치기가 심했던 어제, 우주가 보여준 행복한 일을 관람할 수 있는 지구인이어서 래도 버틸만했다. 역시 엉망이라고 생각한 날도 행복한 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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