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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Nov 12. 2022

행복할 시간

미뤄 두었던 건강검진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동생보다 더 동생 같은 후배의 톡이 왔다. 검진은 잘 다녀왔느냐며 안부를 묻는 연락이었다. 그러면서 선물을 보내왔는데 함께 온 메시지에  코끝이 시큰해진다.

'이 녀석' 또 이렇게 마음을 내어주다니!

'온전히 나만 생각하며 쉬는 주말'이 무엇일까? 온전히 쉰다는 것이 무척 어색하다. 뭘 할까를 생각하지 않는 것이 정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몸과 마음이 가는 대로 해보자!'


집에 오자마자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다. '30분만 자고 일어날게' 한 마디만 던지고 거의 2시간을 자고 일어났다. 낮잠을 잘 못 자는 나로서는 대단한 일이었다. 아침에 받은 수면내시경 때문이었는지 일어나서도 머리가 무겁고 피로감이 밀려와 침대에 누워 있었다. 갑자기 오늘 커피를 마시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며 커피가 무척 먹고 싶었다. 억지스럽게라도 일으키려다 다시 누웠다.

"아들, 엄마 커피 한잔 타주라" 처음으로 아이에게 커피 부탁을 했다.

"전원 켜고 램프가 깜박거리면 캡슐 넣고 누르면 나와" 그 정도는 자기도 안다고 하면서 사부작 거리던 아이가 내려준 커피를  모금 들이키니 이게 행복이다.

잠을 깨니 주말에 집에만 있는 아이가 안쓰러워 농구하러 같이 가주겠노라고 동네 놀이터로 갔다.

아이가 농구공을 튀기는 소리와 갑자기 부는 센 바람에 나무에서 낙엽이 동시에 타다닥 떨어지는 소리에 뇌가 또 한 번 쉰다.


"바다 보면서 산책할래?"

집 근처에 있는 해안도로 산책길을 따라 걷는데 아이는 체력을 기른다며 앞서 달려다. 아이의 건강한 모습에 미소가 인다. 고학년 들어서 사진을 찍을라 하면 고개를 돌려버리곤 하더니 멋진 바다 풍경 앞에서는 사진 한 장 남기고 싶은 어린이로 돌아간다.

길을 걷는데 저 멀리 빨간 등대의 포구가 보인다. 순간 드라마 도깨비에서 바다를 보며 여주인공이 '십 원어치라도 제발' 이라며 소원을 빌던 장면이 생각났다.


십 원어치만이라도 더 나은 삶. 어쩌면 그런 삶은 내게 오는 게 아니고 일상에서 내가 찾고 느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십 원어치만큼 어제보다 더 나은 삶을 찾으면  그게 쌓여 백 원, 천 원, 만원만큼 모여지는 것 같다. 마음 가까운 후배와 언제나 나를 웃게 해주는 아이, 자연이 보여주는 소리와 풍경에 나를 아끼며 어제보다 십 원어치는 분명 더 나은 하루를 보냈다. 이제는 행복할 시간. 매일 그 행복을 잘 적립해둬야겠다 덜 행복한 날 꺼내 쓰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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