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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Nov 20. 2022

당신의 최신판이 마음에 드나요?


'뭐니 뭐니 해도 나는 나의 최신판이 언제나 마음에 들었다.' 이연 작가의 <매일을 헤엄치는 법>을 읽다가 이 문장 내게 질문을 던지는 것만 같았다.


당신은 당신의 최신판이 마음에 드나요?


작가처럼 몇 해 사이에 드라마틱하게 잘되는 삶을 이뤄내는 것과는 무척 거리가 있지만 이 질문에

주저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나를 본다. 나이 흔이 훌쩍 넘은 지금 나는 가장 나 다워지고 있는 중이다. 상대방과 불편해질까봐 하고 싶은 말이나 행동을 뒤로 삼키기만 해왔던 내 모습을 이제는 보기 힘들다. 내 생각을 분명히 말하고 관계가 틀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관계라는 것은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로는 되지 않는 것이며 내가 노력해야만 좋게 유지되는 관계라면 나는 소위 말하는 ''인 것이다. 몇 번의 이별과 사랑, 배신 같은 것들을 살면서 겪다 보니 내 곁에 남을 사람은 어떻게든 남아있고 떠날 사람은 어떻게든 떠났다. 사람과의 인연은 악연이든 선연이든 어찌 보면 그건 신의 영역이었다.

호의가 계속되면 남는 건 내 이름 앞 붙는 형용사는 그들에게 '만만한' 뿐이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불편한 상황에서 나의 노력으로 상황이 마무리되면 좋은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2022년 최신판의 나는 다르다.


스스로 원하는 삶을 그려나가려고 하고 있다. 일보다는 나와 아이에게 중심을 두고 하나씩 가지치기하고 있다. 내 수고가 당연시 받아들여지는 일들이나 절한 대가가 없으면 거절하고, 아무리 대가가 크더라도 내가 그리는 삶의 모습과 다르면 시작하지 않고 있다. 가 가진 에너지 총량을 낭비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누릴 수 있는 자유나 권리를 조금씩 누려보려고 한다.


누군가는 어떤 일로 달라지게 되었는지 궁금할지도 모른다. 그 대답을 한마디로 말하면 '대폭발'이었다. 난데없이 무슨 폭발인가 싶겠지만 폭발처럼 한번 인생 크게 터져야 변화가 온다. 내려가 볼만큼 내려가 봐야, 무너질 만큼 무너져봐야 몸속에 있던 생의 의지 버튼이 작동해서 나오는 것이다. 폭발 전에 알아차리면 좋겠지만 나같이 고지식하고 참기 대회 나가면 1등 할 사람들은 아플 만큼 아파봐야 변한다. 나의 최신판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꽤나 나의 최신판이 마음에 든다. 당신은 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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