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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Nov 19. 2022

커피 한잔 할래요?

집 뒤로 도로 하나를 두고 아끼는 후배 H가 살고 있다. 작년에 지금의 학교로 옮기면서 알게 된 후배인데 지난 1월 예쁜 딸을 낳고 지금은 육아휴직 중에 있다. 걸어서 2분 거리에 사는데도 얼굴을 보지 못하다가 오늘 같은 학교에 근무하는 후배 G랑 셋이 바다가 보이는 동네 커피숍에서 브런치를 하기로 했다.


"어떻게 갈까요?"

약속 시간이 가까워오자 후배 H의 연락이 왔다.

"놀이터에서 40분에 만나서 걸어가자."

동네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약속이라 피식 웃음이 나온다. 먼저 약속 장소에 나가서 기다리는데 뒤에서 나를 부르며 다가와서는 팔짱을 끼더니 안부를 묻는다. 이렇게 명랑하고 유쾌한 기운이라니! 그 유쾌함에 토요일 아침 멍한 내 뇌가 일어난다.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카페에 도착해서 먹고 싶은 것을 고르라고 하니 한사코 자기가 산다고 한다. 빵을 고르는데도 굳이 내 아이에게 갖다 주라며 따로 골라 내게 내민다.


그 사이 후배 G가 오고 거의 일 년 만에 서로의 안부를 묻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쉼 없이 나눴다. 자기가 읽고 있는 재미있는 책도 소개하고, 아침마다 아이가 깨기 전 커피를 마실 때 라테아트를 한다고 사진을 보여주기도 하며, 학교는 그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내년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지 이야기하다 보니 커피 한잔은 금세 비었다.


"전 커피 한잔 더 마시려고 하는데 더 하실래요?"

평소 나와 자주 틈을 내 커피를 함께 마시는 또 한 명의 유쾌한  G가 커피 한잔을 더 권했다.

"좋지! 나도 한잔 더!" 

 "와... 멋져요!" 커피를 술처럼 마시는 우리를 보고 다른 후배가 깔깔거리며 웃는다. 사람은 셋인데 커피잔은 다섯인 재밌는 장면이 펼쳐진다.


육아휴직으로 지쳤을 후배 H를 챙겨주려고 나간 자리였는데 오히려 한 주 동안 지쳤던 내가 위로를 받 왔다.

내가 나에 대해서 조금 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는 요즘 나는 나를 조금 더 나다워지게 만들어주는 사람, 보기만 해도 기분 좋은 사람들과 만나려 하고 있다. 그런 사람들을 만나고 오면  힘으로 조금 더 바지런하게 살아갈 힘을 받고 내 삶을 내가 만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오늘의 기억은 내 머릿속 기쁨이 폴더에 담아두고 일상 속에서 내내 소중히 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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