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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Dec 01. 2022

빈틈없는 육아를 할 수 있는 힘

얼마 전 농구를 좋아하는 아이의 이야기를 쓴 적이 있다.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후배에게서 연락이 왔다. 아이가 농구를 좋아하는 것 같다며 자기가 다니는 농구 모임에 아이를 한번 데리고 가고 다고 했다. 

아이 혼자 내 지인들과 어디 가본 적은 없었기에 걱정도 되었지만 아이가 삼촌이라고 잘 따르는 후배라 아이가 괜찮다면 그러겠노라고 했다.

"삼촌이 농구하는 모임에 가볼래?"

"내가 가도 돼?"

"구경만 하는 건데 삼촌이 초대했어"

"그럼 가볼래."

그렇게 아이는 며칠 전 후배의 농구 모임에 다녀왔다. 11시가 거의 다 되어서 집으로 돌아온 아이는 시간도 잊은 채 내게 이야기하느라 바빴다. 난생처음 가본 중학교 체육관 시설에 대해, 자기가 본 어른들의 플레이에 대해서 조잘조잘 말하는 그 모습이 귀엽다.

"엄마 삼촌 농구 엄청 잘하더라." 고마운 삼촌에 대한 자랑도 잊지 않는다.


그런 아이의 재잘거림을 보고 있자니 아이가 좋아할 만한 일에 관심을 가져주고 챙겨준 후배가 무척 고마웠다. 아이를 홀로 키운다는 것은 어떤 이유로든 빈틈이 생기기 마련이다. 엄마인 내가 아빠 역할까지 한다고, 해낸다고는 하지만 항상 부족함이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아빠의 부재라는 슬픔이 아이에게 그늘을 만들지 않을까 늘 노심초사하게 된다.  엄마 역할도 제대로 하기 힘든데 아빠의 역할까지 잘 해낼 수 없지 않겠느냐며 나를 스스로 위로해보지만 늘 아이에게 미안다.


그런 빈틈을 친구, 후배들이 늘 조용히 채워준다. 자전거를 못 타는 나를 대신해서 따로 시간을 집 앞까지 와서 아이에게 자전거를 가르쳐 주었던 친구, 수영장에 가면 탈의실에 들어갈 수 없었던 나를 대신해서 아이를 챙겨주었던 후배, 농구를 시작한 아이에게 미리 졸업 선물을 준다며 농구공을 선물해준 후배, 양념 갈비는 이렇게 굽는 거라며 아이에게 갈비를 굽는 법을 재미있게 가르쳐준 후배, 캠핑 가서 불 다루는 법을 알려준 친구. 과후 텅빈 운동장에서 바람 빠진 축구공을 차고 있던 아이를 불러 아이의 축구공에 말없이 바람을 넣어주던 동료 선생님.


그들의 따뜻한 관심과 도움으로 아이는 남자아이라면 경험할 수 있는 일들을 놓치지 않고 고 있다. 그런 기분 좋은 기억들이 블록처럼 쌓여 아이게는 건강한 추억이 만들어그들이 채워주었던 빈틈 덕에 엄빠를 자칭하는 나는 오늘도 아이에게 빈틈없는 사랑을 쏟아부을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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