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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Dec 03. 2022

견디게 하는 따뜻함

에세이를 쓰면서 어디까지 솔직할 수 있을까 생각한 적이 있다. 떤 통과 의식처럼 가들 들었시기들을 솔직하게 풀어내는 것을 많이 보게 된다. 그들처럼 솔직할 수는 없었지만 나 역시 조금씩 힘든 기억들을 글에 덜어내 보고는 한다.


많이 덜어냈다지만 아직도 지난 10년 동안 나에게 있었던 일들 솔직히 글로 쓰는데 주저함이 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다 가진 사람인 듯했지만 늘 하루를 버티는 기분으로 살아왔다. 어쩜 그리도 나쁜 일은 끊이지 않았는지 좀 살겠다 싶으면 영화 속 주인공들이 막 행복해지려는 순간 찾아오는 빌런들처럼 힘든 일들이 찾아왔다. 그때 가장 힘들었던 것은 그 누구에게도 말을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점점 내 안으로 나는 숨었었고 그런 나를 숨기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들어도 힘들지 않은 척, 괜찮은 척, 행복한 척. 그렇게 나는 더 다치지 않기 위해 척척박사가 돼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때 끝까지 무슨 일인지 묻지도 않고 옆에 있어준 친구가 있었다. 왜 너는 나한테 무슨 일이 있는 것인지 안 묻냐고 하면 말하고 싶었다면 이미 말했을 거라며 그저 내 앞에 놓인 빈 술잔에 술을 채워줬다.  그렇게 내 옆에 빤하지 않게 조용히 있어 주었던 친구를 어제 오랜만에 만났다. 잠시 특강을 나갔던 강의료 들어왔다고 내가 한 턱 내겠노라며 기분 좋게 술을 마셨다. 적당한 취기로 기분이 좋아지고 요즘은 살만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오랜만에 내가 한잔 산다. 많이 먹어라."

"난 네가 지난 시간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다 알아. 이제는 네가 뻥하고 터뜨리는 것처럼 좋은 일이 터졌으면 좋겠어."

"기다려 뭐든 좋은 일이 있겠지!" 장난처럼 받아쳤는데 친구는 사뭇 진지하게 말했다.

"적당히 잘되는 거 말고 정말 로또 같은 게 되든, 책 출간해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든 네가 좀 쉴 수 있으면 해."


친구의 표정에서 진심으로 내가 잘되기를 바라는 간절함이 묻어다. 그 모습을 보니 내 가슴에 불덩이라도 들어간 듯 타는 느낌이 들 애꿎은 소주 한 잔을 벌컥 들이켰다.

"상상만 해도 좋은 걸." 아무렇지 않은 듯 친구와 하이파이브를 했다. 이렇게 내가 잘 되길 바 주는 친구가 있으니 안될 이유가 없지 않을까. 기분 좋은 상상에 친구가 주는 우정 한 잔 넣으니 정말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


한 사람이 잘 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다면 그 사람은 잘 될 수 있다고 한다. 아마 좋은 기운들이 모그 사람을 일으켜 주는 것 아닐까. 상의 고단함을 견디게 하는 따뜻함은 역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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