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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Jan 02. 2023

내가 만난 새해 첫 윤슬

#2023-2

우리말 중에 '슬'이라는 단어가 있다.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을 일컫는다. 어감이 참 예쁜 단어라 소리 내어 발음해보게 된다. 이런 윤슬은 겨울 제주 바다에서는 자주 보기는 힘들다. 겨울이 되면 어느 계절보다 세지는 주의 바람은 바다를 가만두지 않는다. 바다는 하얀 포말을 만들며 성난 모습을 보여주기 일 쑤다.


새해를 맞아 제주 바다를 잘 볼 수 있는 곳으로 발길을 옮겨본다. 제주시는 흐리더니 서귀포로 갈수록 파란 하늘이 펼쳐진다. 저 멀리 우뚝 솟은 산방산 뒤로 파란 하늘과 낮은 구름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에 뭔가 기분 좋은 일이 일어날 것 만 같다. 새해를 맞아 송악산 둘레나 걸어보자 했는데 도착해서 너른 바다를 보니 이미 행복이 시작된다. 송악산에 이르니 날씨가 좋아 저 멀리 눈이 쌓인 한라산과 형제섬, 산방산이 한 번에 만들어내는 풍경  따뜻한 주머니에서 손을 꺼내  진을 찍게 만든다.

그렇게 송악산 둘레길을 걷다가 새해 첫 아름다운 윤슬을 만났다. 둘레길을 따라 전망대를 하나씩 거쳐 내려가는데 저 멀리 가파도 앞으로 이 강하게 내리쬐며 들어낸 윤슬이 가던 길을 멈추게 한다. 섬과 섬 사이의 바다  그 공간을 반짝이는 바다의 잔물결이 가득 채우니 상서롭기까지 하다. 

연말 움츠 들었던 마음이 윤슬을 따라 잔잔하게 일어나 나를 흔들어댔다. 그래 윤슬이란 건 이런 거지. 바다에 반짝이는 윤슬은  아름답지만 올해 처음 만난 윤슬은 더욱 반가웠다.

이런 풍경을 보기 위해서 먼 길을 나는 올 수밖에 없었나 싶기까지 하다.

이 윤슬의 반짝임이 어쩐지 새해 나를 조금은 빛나게 해 줄 것 같고, 잔잔한 기쁨으로 채워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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