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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Jan 03. 2023

나 괜찮아?

#2023-3

올해 중학생이 되는 아이의 입학 등록을 위한 외출을 했다. 아이가 다닐 중학교를 들어서는데 방학이라 사람도 없고 차가운 공기가 코끝으로 훅 들어오니 더 낯설게만 느껴진다.

"엄마 이렇게 막 들어가도 돼?"

처음 오는 학교에 아무렇지 않게 들어가는 나를 걱정하며 아이잠깐 주춤한다.

"입학등록이니 일단 교무실로 가면  거 같아."

교무실로 가니 학적을 담당하는 선생님께서 확인을 해주시고는 입학 안내문을 나눠주셨다.


"금방 끝났네. 이제 교복 맞추러 가자."

아이는 차에서 학교에서 받은 입학 안내문을 꼼꼼하게 살폈다. 맨 마지막장에 교복, 두발 등에 대한 규정이 간단히 있었는데 아이가 갑자기  소리로 말했다.

"엄마! 교복에 모자 쓰면 안 된대."

평소 모자를 즐겨 쓰는 아이는 꽤나 낙담한 모양이다. 역시 중학교는 엄격한 것 같다며 기가 잔뜩 든 신입생모드로 변한다.


교복 가게에 들어서니 가게 직원분이 아이의 치수를 능숙한 솜씨로 재더니 교복 한벌을 입어보게 하셨다. 학교 교복을 입고 나온 아이는 꽤 멋졌다. 거울에 비친 모습과 뻣뻣한 착용감이 어색한지 고개를 숙여 옷매무새를 확인하는 모습을 보니 저절로 내 얼굴에는 미소가 인다. 정말 중학생이 되는구나 실감이 난다.

멋지다 한마디 하려다 말을 삼킨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남 앞에서 자기 이야기를 하거나 어린아이처럼 대하면 싫어하기 때문이다.

교복까지 다 맞추고 점심으로 근처에 맛있는 순대국밥집이 있어 아이를 데리고 갔다. 갓 나온 뜨거운 국밥을 입으로 후후 불며 식히고 있는데 아이가 나를 쳐다본다.

"엄마, 나 교복 괜찮았어?"

"응. 진짜 멋지더라." 

"다음 생애는 엄마 아들 말고 남자 친구로 태어나라."

"그건 좀..." 아이가 말끝을 흐리며 웃는다.


아이의 대답을 들으니 아이가 건강한 중학생이 될 준비가 되었구나 싶어 되려 기분은 좋아진다. 중학교 입학 준비를 하나씩 도와주며 이제는 아이가 자기만의 원칙과 신념이 있은 것 같아 놀랄 때가 많다. 세상을 보는 자기의 렌즈를 가지게 된 아이는 새로 다니게 된 학원의 분위기도 예리하게 분석하고, 엄마의 희로애락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부를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스스로 답을 찾아보려고 하고 기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려 하는 모습이 보인다. 이런 모습들이 당연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 아이는 급격한 성장과 호르몬이 주는 감정의 변화를 온몸으로 겪어가며 가열찬 내적 투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오늘 교복이 아이에게는 어떤 의미로 다가갔을지 모르지만 건강하게 방학을 보내고 꽃피는 봄. 조금은 헐렁한 교복을 입고 다시 물어볼 아이를 상상해 본다.

"엄마, 나 괜찮아?"

"괜찮다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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