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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Jan 04. 2023

늘 하던 대로 말고

#2023-4

"오늘 뭐 했어?"

" 하던 대로"

친한 친구가 뭐 했냐고 물어보면 늘 같아서 이런 짧은 대화가 이뤄진다. 역시나 그렇구나 하는 눈빛을 보내면서도 친구는 어김없이 무슨 책을 읽었는지 물으며 관심을 놓지 않고는 한다. 


나는 무척 단순한 하루의 루틴을 가지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커피를 내리고 바로 책을 읽는다. 몇 해 전부터 시작한 독서모임에서 읽고 있는 책들을 읽는데 새벽에 읽지 않으면 이해가 잘 안 되는 책들이라 이 시간을 가급적 지킨다. 해진 분량을 읽고 밴드에서 그날그날 인증을 한다. 저녁 시간에는 운동이나 산책을 나가고 돌아와서는 글을 끄적여본다. 나는 이렇게 무척 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사람이다.  


런 사람이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을 할 때가 있다. 날씨가 맑아 파란 하늘이 눈에 들어오면 어디든 나가려고 몸을 일으킨다. 필경 나는 역마살이 있는 사람이다. 그게 아니면 전생에 해만 보며 살았을 해바라기였을지도 모른다. 몸속에 어떤 버튼이 켜진 것처럼 목적지도 없이 외출을 한다. 오늘이 내겐 그런 날이었다.

날이 좋으니 비취색의 바다가 보고 싶었다. 그런 바다가 제주에는 5곳 정도 있다. 협재, 금능, 곽지, 월정, 함덕해변이다. 오늘은 그중 함덕으로 바다를 보러 갔다. 바로 옆에 있던 서우봉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사람들이 모습이 보였다. 파란 하늘에 빨강, 노랑 패러글라이딩이 더해지니 색종이 조각이 뿌려지는 느낌이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개인 패러글라이더가 아니고 업체에서 하는 패러글라이딩 체험이었다. 리서 볼 때와는 다르게 바로 아래에서 올려다보니 패러글라이드는 무척 컸고 빨랐다. 패러글라이딩을 모르는데 패러글라이더에 모든 것을 맡기고 체험할 수 있을까? 나 같은 겁쟁이는 절대 이런 체험은 못하겠구나 싶었다.  같이 간 친구는  호기심 있게 쳐다보는 것 같았다.

"넌 패러글라이딩 체험할 수 있겠어?"

"기회가 되면?"

망설임 없이 해보겠다는 친구의 용기가 부러웠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활동적이고 겁이 없는 친구니 당연히 관심 있을 체험이다. 늘 겁 많은 친구 때문에 하고 싶은 것들을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가끔은 용기를 내어 늘 내가 하던 대로 말고 친구가 좋아할 만한 활동적인 일들에 함께 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며 나를 조금은 다르게 써보고 싶다.


찬찬히 돌아보니 많은 면에서 늘 해오던 대로 나를 잡아두려는 모습을 확인하게 된다. 선택을 할 때도, 내 의견을 말할 때도, 사회 현상을 바라볼 때도 내 경험치에서 옳다고 생각한 대로 하는 경우가 많다. 내 틀에 안주하지 말고 내가 틀릴 수도, 다른 길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진 탐험가가 되어야 할 것만 같다. 나를 지키는데 그동안 힘을 썼다면 올해는 나를 달리 써보는 데 관심을 가져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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