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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Feb 20. 2023

안아줄 준비

며칠 전 친구가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 가슴이 답답해져 오다가 가끔 숨쉬기가 곤란하다고 했고 어떤 날은 어지러움증이나 두통을 심하게 느끼는 날이 잦았다. 기분 좋게 대화를 하다가도 갑자기 힘들어하며 낯빛이 창백해지기도 했. 증상에 맞게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봤지만 신체적으로는 이상이 없다고 했다. 의사의 권유로 정신의학과에 가서 검사를 하고 공황장애 진단을 받은 친구와 나는 왜 이런 장애가 생겼을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지만 딱히 유를 찾을 수 없었다.


"스트레스나 불안을 느낄 이유가 없는데 왜 이러는 거지?" 친구의 말처럼 내가 봐도 친구는 큰 걱정이나 힘듦 없는 안온한 삶을 살아온 편이었다.

괜찮을 거라고 친구와 서로 다독이다 갑자기 궁금증이 생겼다.

"나는 왜 장애가 안 생겼던 걸까?" 지난 10년 여러 가지 불편하고 힘든 일들이 내게 있었다. 누구나 못 견딜만한 상식선의 고통과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하는 비상식적인 고난이 많았다.

"내가 독한 사람인가?" 그런 질문을 친구와 주고받다가 멍청하게도 눈물이 흘렀다. 혹시 그런 불안이나 고통을 제대로 느낄 수 없을 만큼 그 시절을 보내왔던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돌아보면 내게도 오늘 친구가 말한 증상들이 다 있었다. 아파도 아픈 줄 몰랐나처럼 어쩌면 친구 내게도 말을 못 했지만 자신이 아팠다는 것을 온몸으로 억누르거나 모르며 살아왔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야기를 좀처럼 하지도, 누구에게도 도와달라는 말 안 하는 친구이니 자신도 모르는 속앓이가 켜켜이 수년간 쌓였을 것도 같다.


돌아보면 내가 아팠던 그 시절, 내 옆에는 항상 이 친구가 있었다. 음이라는 무서운 말을 꺼냈을 때도 호들갑스럽지 않게 들어주고 단단하게 옆에서 지켜주었다. 파도 아픈 줄 몰랐던 내 이야기를 묵히 들어주던 친구의 지지와 보살핌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이제는 그 시절의 나처럼 친구가 아프다고 한다. 꺼내 보여준 약봉지를 내려다보는 내 마음이 아프다. "약 먹으면 괜찮대."라고 웃으며 말하는 친구를 보니 든 돕고 싶다. 약, 상담, 인지치료 이런 치료 방법들이 있다고 한다. 백번의 상담이나 약보다 친구에게 필요한 건 어쩌면 사람의 온기일 것이다. 친구의 하루가 안온하길 라며  때마다 꼬옥 안아주어야겠다. 친구의 답답함이 내게로 와 희석되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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