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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Feb 21. 2023

당신의 계절은?

오랜만에 볕이 좋은 날이라 숲을 걸었다. 아직은 차가운 공기가 예고도 없이 코로 훅 들어온다. 멍하던 머리가 정신이 바짝 든다. 그 공기로 아직은 여전히 겨울이구나 했다. 얼마나 걸었을까. 데크길을 따라 난 가장자리 옆으로 띄엄띄엄 노란 꽃이 보인다. 내 기억이 맞다면 복수초다. 메마른 땅 위로 노란 꽃망울이 조금 피어올라 있었다. 꽃망울만 있는 복수초, 살짝 핀 복수초, 조금 더 활짝 핀 복수초. 각자 자기만의 속도로 꽃을 피우고 있다. 꽃망울만 있는 것은 그것대로 꽃을 피우고자 하는 애씀이 느껴졌고, 제법 꽃이 핀 복수초를 보면 샛노란 꽃잎을 보여주어 그저 고맙다.

복수초는 눈 속에서도 핀다는데 이런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피어내는 그 생명력에 감탄이 인다. 흔히 복수초는 봄의 전령이라고 한다. 봄꽃 들 중에서도 이르게 피어 일찍 봄을 알려주는 꽃이다. 복수초를 보면서 봄이 오고 있구나 싶다가 꽃들은 봄꽃, 여름꽃처럼 계절이 되면 차례대로 핀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워졌다. 누가 정해준 것처럼 항상 이 시기면 이렇게 피어나고 그 시기를 화려하게 보내면 사라졌다가 다시 어김없이 피어나는 꽃들.


이런 꽃들과 비슷하게도 사람도 자기만의 계절이 있지는 않을까 싶다. 주변 지인들을 보면 한 친구는 여름만 되면 기운을 펴지 못하고, 다른 지인은 겨울만 되면 춥다고 움츠러들어 외부활동을 거의 하지 않기도 한다. 내 경우 여름에 제일 에너지가 넘친다. 맑은 하늘만 보면 기운이 나는 탓일 것이다. 실제 인간의 마음은 생각보다 계절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이런 연유로 우리에게도 가장 자신을 자신 닮게 만드는 그런 계절이 있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계절은 어찌 보면 나를 가장 나 닮게 만드는, 내가 가장 잘 필 수 있는 계절의 다른 말일지도 모른다. 그런 계절에는 조금 나를 뽐내어도, 미뤄두었던 일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이 들고, 나를 움츠러들게 하는 계절에는 꽃들처럼 나를 푹 쉬게 해주는 것이 순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자 자기만의 시기가 있다는 것, 그리고 한 해 중 가장 내가 피어나는 시기가 있다는 것은 올해 남은 계절이 더 많은 우리에게 위로와 기대를 품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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