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는 매월 거의 비슷한 일들을 한다. 3월 입학식을 시작으로 12월 졸업식까지. 시즌별 음료처럼 학교에는 시즌 이벤트들이 있다. 그런 학교가 가장 다른 느낌을 줄 때가 바로 지금이다. 2월은 교사 인사 시즌이다. 정해진 연한에 따라 보통 짧게는 2년 길게는 4년까지 근무를 마치고 다른 학교로 발령을 받는다.
처음 이 학교로 올 때 다른 학교에 근무하던 친한 후배에 연락을 했었다.
"언니 학교 옮기는 데 같이 갈래?"
"좋아요!" 평소 진중하고 차분한 후배가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그러겠단다. 그렇게 후배랑 지난 2년을 같이 근무했다. 올해 학교를 옮기는 후배. 어제 학교에서 나가시는 분들을 위한 송별회 자리가 있었다. 후배에게 뭐라도 해주고 싶어 아이와 먹으라고 간단한 선물을 준비했다.
"언니 따라와서 2년 동안 고생만 하고 가네." 사실이었다. 다소 편치 않은 학교생활이었다. 반 아이들 일이면 내일처럼 감정을 쏟아붓고 열심히 하는 후배인데 작고 큰일들이 있었다.
"무슨. 언니 아니었으면 제일 힘들 때 어떻게 살았을지 몰라."
"너만 그랬겠니? 언니야 말로."
그랬다. 가장 서로에게 힘든 시절. 남에게는 말 못 할 묵직한 돌하나 가슴에 품고 살던 우리였다. 과거의 기억이 하나씩 불현듯 올라올 때면 날뛰는 심장을 붙잡고 서로를 찾았던 것 같다. 아무 말이나 필터 없이 내뱉어도 되는 우리. 지난 2년. 그렇게 나도 후배도 마음이 많이 편해졌다. 그랬기에 오늘처럼 웃는 시절도 온 것 같다. 서로에게 안전지대가 되어주고는 했는데 이제 같은 학교가 아니니 아쉽다.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명쾌한 답을 하나 해준다.
"평생 볼 사이잖아."
그렇다. 단지 공간만 달라질 뿐 언제든 옆에 있을 후배인 것을, 아니 동생인 것을.
언제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것은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것인가 보다. 더 좋은 내가 되고 싶어지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