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에서 만난 지혜로운 사람들
1월 초, 저녁 무렵 번화가에서 순호는 고민에 찬 상태로 길을 천천히 걷고 있었다.
직장을 그만둔 지 몇 달째, 머릿속은 온통 미래 걱정뿐이었다. '앞으로 뭘 하면서 살지? 다시 취직한다고 해도 또 다시 그만두게 될 지도 모르잖아’와 같은 생각이 계속 맴돌았다.
그러던 와중, 골목으로 들어서다 ‘무료’라고 적힌 작은 갤러리가 보였다. 별 생각 없이 문을 밀고 들어가니 안은 조용하고 따뜻했다. 벽에 걸린 추상화들이 색색으로 빛나고 있었고, 구석에서 50대 후반쯤 된 중년의 화가가 캔버스 앞에 서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흰 셔츠에 물감이 잔뜩 묻어 있고, 머리는 희끗희끗했다.
순호가 한참 그림 앞에 서서 멍하니 보고 있자니, 중년의 화가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화가: “처음 오셨어요? 편하게 구경하세요.”
순호: (멋쩍게) “네, 그냥 지나가다 들어왔어요. 그림들이… 되게 자유로워 보이네요.”
화가: (미소 지으며) “자유로워 보인다니 잘 보셨어요. 요즘 젊은 사람들은 다들 뭔가 답답해보이는 표정을 가진 분들이 많더라구요, 손님께서도 뭔가 걱정거리가 있으신 것 같아 보이네요.”
순호: (쓴웃음을 지으며) “하하.. 그래보이나요? 요즘 제가 누군지 잘 모르겠어요. 예전엔 어느 대학 나오고, 어느 회사를 다닌다는 표현으로 저를 소개하곤 했는데… 이제 회사 그만두고 나니까 저를 소개할 말이 없어요. 그냥 빈 껍데기 같아요.”
화가: "그렇군요.. 그거 아세요? 저도 한때 똑같은 고민을 했어요. 40대까지 대기업에서 꽤 높은 자리까지 올랐거든요. 명함 내밀면 다들 알아보고, ‘나는 이 회사 사람이다’라는 게 자랑스러웠어요. 그게 제 전부인 줄 알았죠.”
순호: “그런데 왜 그림을 그리시게 된 거예요?”
화가: “그 정체성을 잃어버릴까봐 전전긍긍 하다보니, 어느 날 문득 깨달았어요. 내가 다니는 회사, 받는 연봉, 직급만이 나를 정의하는 게 아니라는 걸. 근데 그걸 깨닫는다고 바로 바뀌는 건 아니더라고요. 결국 회사를 그만두고, 한동안 정말 빈 껍데기처럼 살았어요. 소개할 말이 없고, 사람 만나는 게 두렵기도 했구요.”
순호: “그럼 어떻게 극복하셨어요?”
화가: “처음엔 그냥 허전함을 견뎠어요. 그러다 우연히 그림을 다시 잡았죠. 젊었을 때 취미로 조금 했던 거예요. 처음엔 ‘내가 무슨 대단한 예술가도 아닌데’라는 생각 때문에 손이 안 갔어요. 근데 어느 순간 ‘그래, 어차피 잃을 걸도 없으니 지금 하고 싶은 걸 해보자’ 싶더라고요. 제 인생에 생긴 큰 빈 공간에 새로운 색을 칠해보자 싶어서 붓을 들었어요.”
순호: “그게 새로운 정체성이 된 건가요?”
화가: “맞아요. ‘나도 이제 예술가’라는 정체성을 만들었죠. 그게 또 한동안 제게 힘을 주고, 여기 갤러리까지 열게 해줬어요. 근데 이제는 그마저도 너무 꽉 붙잡지 않으려고 해요. 애벌레가 번데기 깨고 나비가 되는 것처럼, 사람도 계속 껍데기를 깨야 하거든요. 저도 언젠가 또 다른 걸 깨고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지 않을까요?"
순호: “그래서인지 화가님은 표정이 굉장히 편안해보이시네요.”
화가: (캔버스를 보며 따뜻하게 웃으며) “네, 지금은 정말 행복해요. 회사 다닐 때보다 훨씬요. 그때는 실제 하지도 않는 허상을 지키고자 매일같이 자신을 채찍질해가며 살았거든요. 근데 이제는 그냥 제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사니까요. 손님께서도 지금 그 허전한 시간이 제일 소중한 시기일 수 있어요. 그 빈 캔버스에 어떤 색을 칠할지, 천천히 고민해보세요. 서두르지 마시고요.”
순호: “저도 그런 새로운 정체성이 생길까요?”
화가: “생기고말고요. 그리고 또 언젠가 그 새로운 정체성 역시 깨뜨려야할 날이 올 거예요. 평생 하나의 정체성을 가지고 사람들은 늙어가는 몸만큼 성숙한 어른이 되기는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저는 이만 다시 그림을 그리러 가볼테니, 편히 마저 둘러보고 가세요.”
화가는 다시 붓을 들고 캔버스로 돌아갔다. 순호는 한참 더 멍하니 그림을 바라보다 갤러리를 나왔다.
d### 무료 갤러리의 중년 화가 1월 초, 저녁 무렵 번화가. 순호는 사람들 사이를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직장을 그만둔 지 몇 달째, 머릿속은 온통 미래 걱정뿐이었다. ‘앞으로 뭘 하면서 살지? 다시 취직해도 또 그만둘 텐데… 나 대체 누구야?’ 같은 생각이 계속 맴돌았다. 골목으로 들어서다 ‘무료 입장’이라고 적힌 작은 갤러리 간판이 보였다. 별 생각 없이 문을 밀고 들어가니 안은 조용하고 따뜻했다. 벽에 걸린 추상화들이 색색으로 빛나고 있었고, 구석에서 50대 후반쯤 된 중년의 화가가 캔버스 앞에 서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흰 셔츠에 물감이 잔뜩 묻어 있고, 머리는 희끗희끗했다. 순호가 한참 그림 앞에 서서 멍하니 보고 있자니, 화가가 다가왔다. 화가: “처음 오셨어요? 편하게 구경하세요.” 순호: (멋쩍게) “네, 그냥 지나가다 들어왔어요. 그림들이… 되게 자유로워 보이네요.” 화가: (미소 지으며) “자유로워 보인다니 잘 보셨어요. 요즘 사람들 보면 다들 좀 갇혀 있는 얼굴인데, 손님도 조금 그런 표정이시네요.” 순호: (쓴웃음) “들키셨네요. 요즘 제가 누군지 잘 모르겠어요. 예전엔 ‘어느 대학 나오고, 어느 회사 다니는 순호’ 이렇게 말했는데… 이제 회사 그만두고 나니까 소개할 말이 없어요. 그냥 빈 껍데기 같아요.” 화가: “아, 그럴 때 많죠. 저도 한때 똑같은 고민을 했어요. 30대 후반까지 대기업에서 꽤 높은 자리까지 올랐거든요. 명함 내밀면 다들 알아보고, ‘나는 이 회사 사람이다’라는 게 자랑스러웠어요. 그게 제 전부인 줄 알았죠.” 순호: “그런데… 왜 그림을 그리시게 된 거예요?” 화가: “그 이름표를 잃을까 봐 너무 무서워하다 보니, 어느 날 문득 깨달았어요. 회사만이 나를 정의하는 게 아니라는 걸. 근데 그걸 깨닫는다고 바로 바뀌는 건 아니더라고요. 결국 회사를 그만두고, 한동안 정말 빈 껍데기처럼 살았어요. 소개할 말이 없고, 사람 만나는 게 두렵고.” 순호: “그럼… 어떻게 극복하셨어요?” 화가: “처음엔 그냥 허전함을 견뎠어요. 그러다 우연히 그림을 다시 잡았죠. 젊었을 때 취미로 조금 했던 거예요. 처음엔 ‘나는 화가가 아니다’라는 생각 때문에 손이 안 갔어요. 근데 어느 순간 ‘그래, 지금은 그냥 빈 상태라도 괜찮다’ 싶더라고요. 그 빈 공간에 새로운 색을 칠해보자 싶어서 붓을 들었어요.” 순호: “그게… 새로운 정체성이 된 건가요?” 화가: “맞아요. 처음엔 ‘나는 이제 화가다’라는 새 이름표를 붙였죠. 그게 또 한동안 제게 힘을 주고, 여기 갤러리까지 열게 해줬어요. 근데 이제는 그마저도 너무 꽉 붙잡지 않으려고 해요. 애벌레가 번데기 깨고 나비가 되는 것처럼, 사람도 계속 껍데기를 깨야 하거든요. 저도 언젠가 또 다른 걸 깨고 새로운 도전을 할 거예요. 그게 제일 행복한 삶인 것 같아요.” 순호: “지금은… 행복하시네요.” 화가: (캔버스를 보며 따뜻하게 웃으며) “네, 지금은 정말 행복해요. 회사 다닐 때보다 훨씬요. 그때는 이름표 지키느라 정신없었는데, 이제는 그냥 제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사니까요. 손님도 지금 그 허전한 시간이 제일 소중한 때예요. 그 빈 캔버스에 어떤 색을 칠할지, 천천히 고민해보세요. 서두르지 마시고요.” 순호: “새로운 내가… 생길까요?” 화가: “생기고말고요. 그리고 또 언젠가 그 새로운 손님도 깨뜨릴 날이 올 거예요. 그게 인생이 재미있는 이유죠.” 화가는 다시 붓을 들고 캔버스로 돌아갔다. 순호는 그림 하나를 더 바라보다 갤러리를 나왔다. 밖에는 찬 바람이 불었지만, 가슴속은 한결 따뜻해져 있었다. 순호: (혼잣말) “그래… 지금은 빈 캔버스라도 괜찮아. 내가 원하는 색으로 채워보면 되니까.” 그는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조금 빨리했다. 어느새 밤하늘이 맑아 보였다. ### 무료 갤러리의 중년 화가 1월 초, 저녁 무렵 번화가. 순호는 사람들 사이를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직장을 그만둔 지 몇 달째, 머d릿속은 온통 미래 걱정뿐이었다. ‘앞으로 뭘 하면서 살지? 다시 취직해도 또 그만둘 텐데… 나 대체 누구야?’ 같은 생각이 계속 맴돌았다. 골목으로 들어서다 ‘무료 입장’이라고 적힌 작은 갤러리 간판이 보였다. 별 생각 없이 문을 밀고 들어가니 안은 조용하고 따뜻했다. 벽에 걸린 추상화들이 색색으로 빛나고 있었고, 구석에서 50대 후반쯤 된 중년의 화가가 캔버스 앞에 서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흰 셔츠에 물감이 잔뜩 묻어 있고, 머리는 희끗희끗했다. 순호가 한참 그림 앞에 서서 멍하니 보고 있자니, 화가가 다가왔다. 화가: “처음 오셨어요? 편하게 구경하세요.” 순호: (멋쩍게) “네, 그냥 지나가다 들어왔어요. 그림들이… 되게 자유로워 보이네요.” 화가: (미소 지으며) “자유로워 보인다니 잘 보셨어요. 요즘 사람들 보면 다들 좀 갇혀 있는 얼굴인데, 손님도 조금 그런 표정이시네요.” 순호: (쓴웃음) “들키셨네요. 요즘 제가 누군지 잘 모르겠어요. 예전엔 ‘어느 대학 나오고, 어느 회사 다니는 순호’ 이렇게 말했는데… 이제 회사 그만두고 나니까 소개할 말이 없어요. 그냥 빈 껍데기 같아요.” 화가: “아, 그럴 때 많죠. 저도 한때 똑같은 고민을 했어요. 30대 후반까지 대기업에서 꽤 높은 자리까지 올랐거든요. 명함 내밀면 다들 알아보고, ‘나는 이 회사 사람이다’라는 게 자랑스러웠어요. 그게 제 전부인 줄 알았죠.” 순호: “그런데… 왜 그림을 그리시게 된 거예요?” 화가: “그 이름표를 잃을까 봐 너무 무서워하다 보니, 어느 날 문득 깨달았어요. 회사만이 나를 정의하는 게 아니라는 걸. 근데 그걸 깨닫는다고 바로 바뀌는 건 아니더라고요. 결국 회사를 그만두고, 한동안 정말 빈 껍데기처럼 살았어요. 소개할 말이 없고, 사람 만나는 게 두렵고.” 순호: “그럼… 어떻게 극복하셨어요?” 화가: “처음엔 그냥 허전함을 견뎠어요. 그러다 우연히 그림을 다시 잡았죠. 젊었을 때 취미로 조금 했던 거예요. 처음엔 ‘나는 화가가 아니다’라는 생각 때문에 손이 안 갔어요. 근데 어느 순간 ‘그래, 지금은 그냥 빈 상태라도 괜찮다’ 싶더라고요. 그 빈 공간에 새로운 색을 칠해보자 싶어서 붓을 들었어요.” 순호: “그게… 새로운 정체성이 된 건가요?” 화가: “맞아요. 처음엔 ‘나는 이제 화가다’라는 새 이름표를 붙였죠. 그게 또 한동안 제게 힘을 주고, 여기 갤러리까지 열게 해줬어요. 근데 이제는 그마저도 너무 꽉 붙잡지 않으려고 해요. 애벌레가 번데기 깨고 나비가 되는 것처럼, 사람도 계속 껍데기를 깨야 하거든요. 저도 언젠가 또 다른 걸 깨고 새로운 도전을 할 거예요. 그게 제일 행복한 삶인 것 같아요.” 순호: “지금은… 행복하시네요.” 화가: (캔버스를 보며 따뜻하게 웃으며) “네, 지금은 정말 행복해요. 회사 다닐 때보다 훨씬요. 그때는 이름표 지키느라 정신없었는데, 이제는 그냥 제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사니까요. 손님도 지금 그 허전한 시간이 제일 소중한 때예요. 그 빈 캔버스에 어떤 색을 칠할지, 천천히 고민해보세요. 서두르지 마시고요.” 순호: “새로운 내가… 생길까요?” 화가: “생기고말고요. 그리고 또 언젠가 그 새로운 손님도 깨뜨릴 날이 올 거예요. 그게 인생이 재미있는 이유죠.” 화가는 다시 붓을 들고 캔버스로 돌아갔다. 순호는 그림 하나를 더 바라보다 갤러리를 나왔다. 밖에는 찬 바람이 불었지만, 가슴속은 한결 따뜻해져 있었다. 순호: (혼잣말) “그래… 지금은 빈 캔버스라도 괜찮아. 내가 원하는 색으로 채워보면 되니까.” 그는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조금 빨리했다. 어느새 밤하늘이 맑아 보였다.### 무료 갤러리의 중년 화가 1월 초, 저녁 무렵 번화가. 순호는 사람들 사이를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직장을 그만둔 지 몇 달째, 머릿속은 온통 미래 걱정뿐이었다. ‘앞으로 뭘 하면서 살지? 다시 취직해도 또 그만둘 텐데… 나 대체 누구야?’ 같은 생각이 계속 맴돌았다. 골목으로 들어서다 ‘무료 입장’이라고 적힌 작은 갤러리 간판이 보였다. 별 생각 없이 문을 밀고 들어가니 안은 조용하고 따뜻했다. 벽에 걸린 추상화들이 색색으로 빛나고 있었고, 구석에서 50대 후반쯤 된 중년의 화가가 캔버스 앞에 서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흰 셔츠에 물감이 잔뜩 묻어 있고, 머리는 희끗희끗했다. 순호가 한참 그림 앞에 서서 멍하니 보고 있자니, 화가가 다가왔다. 화가: “처음 오셨어요? 편하게 구경하세요.” 순호: (멋쩍게) “네, 그냥 지나가다 들어왔어요. 그림들이… 되게 자유로워 보이네요.” 화가: (미소 지으며) “자유로워 보인다니 잘 보셨어요. 요즘 사람들 보면 다들 좀 갇혀 있는 얼굴d인데, 손님도 조금 그런 표정이시네요.” 순호: (쓴웃음) “들키셨네요. 요즘 제가 누군지 잘 모르겠어요. 예전엔 ‘어느 대학 나오고, 어느 회사 다니는 순호’ 이렇게 말했는데… 이제 회사 그만두고 나니까 소개할 말이 없어요. 그냥 빈 껍데기 같아요.” 화가: “아, 그럴 때 많죠. 저도 한때 똑같은 고민을 했어요. 30대 후반까지 대기업에서 꽤 높은 자리까지 올랐거든요. 명함 내밀면 다들 알아보고, ‘나는 이 회사 사람이다’라는 게 자랑스러웠어요. 그게 제 전부인 줄 알았죠.” 순호: “그런데… 왜 그림을 그리시게 된 거예요?” 화가: “그 이름표를 잃을까 봐 너무 무서워하다 보니, 어느 날 문득 깨달았어요. 회사만이 나를 정의하는 게 아니라는 걸. 근데 그걸 깨닫는다고 바로 바뀌는 건 아니더라고요. 결국 회사를 그만두고, 한동안 정말 빈 껍데기처럼 살았어요. 소개할 말이 없고, 사람 만나는 게 두렵고.” 순호: “그럼… 어떻게 극복하셨어요?” 화가: “처음엔 그냥 허전함을 견뎠어요. 그러다 우연히 그림을 다시 잡았죠. 젊었을 때 취미로 조금 했던 거예요. 처음엔 ‘나는 화가가 아니다’라는 생각 때문에 손이 안 갔어요. 근데 어느 순간 ‘그래, 지금은 그냥 빈 상태라도 괜찮다’ 싶더라고요. 그 빈 공간에 새로운 색을 칠해보자 싶어서 붓을 들었어요.” 순호: “그게… 새로운 정체성이 된 건가요?” 화가: “맞아요. 처음엔 ‘나는 이제 화가다’라는 새 이름표를 붙였죠. 그게 또 한동안 제게 힘을 주고, 여기 갤러리까지 열게 해줬어요. 근데 이제는 그마저도 너무 꽉 붙잡지 않으려고 해요. 애벌레가 번데기 깨고 나비가 되는 것처럼, 사람도 계속 껍데기를 깨야 하거든요. 저도 언젠가 또 다른 걸 깨고 새로운 도전을 할 거예요. 그게 제일 행복한 삶인 것 같아요.” 순호: “지금은… 행복하시네요.” 화가: (캔버스를 보며 따뜻하게 웃으며) “네, 지금은 정말 행복해요. 회사 다닐 때보다 훨씬요. 그때는 이름표 지키느라 정신없었는데, 이제는 그냥 제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사니까요. 손님도 지금 그 허전한 시간이 제일 소중한 때예요. 그 빈 캔버스에 어떤 색을 칠할지, 천천히 고민해보세요. 서두르지 마시고요.” 순호: “새로운 내가… 생길까요?” 화가: “생기고말고요. 그리고 또 언젠가 그 새로운 손님도 깨뜨릴 날이 올 거예요. 그게 인생이 재미있는 이유죠.” 화가는 다시 붓을 들고 캔버스로 돌아갔다. 순호는 그림 하나를 더 바라보다 갤러리를 나왔다. 밖에는 찬 바람이 불었지만, 가슴속은 한결 따뜻해져 있었다. 순호: (혼잣말) “그래… 지금은 빈 캔버스라도 괜찮아. 내가 원하는 색으로 채워보면 되니까.” 그는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조금 빨리했다. 어느새 밤하늘이 맑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