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숲속입니다. 유리 조명에 반사된 빛과 아침을 머금은 이끼가 공존하는 고요한 아지트에서 글을 쓰는 방랑자입니다. 쌉쌀한 맛과 습기가 느껴지는 말차라떼를 책장에 올려두고 낯선 단어를 적어봅니다. 라탄 바구니에 담긴 추억들을 하나씩 되짚으면서 오랜만에 기록을 남깁니다. 개울이 흘러가는 소리와 어우러지는 동물의 소리를 자장가처럼 영감을 얻고, 뱅글뱅글 돌아가는 바람에 기댄 채 눈을 감습니다. 언제 돌아올지 모를 아이는 일상에 짓눌려 어딘가로 숨어버렸고, 빈자리는 막연한 걱정과 외로움으로 채워집니다. 떠나고 싶어 했던 방랑자는 틀에 갇힌 벼룩처럼 멀리 뛰어가지 못한 채, 계속 같은 자리를 올라갔다가 내려가기를 반복합니다. 영원히 유리병에 보관된 쪽지처럼 흘러가는 파도에 따라 저 멀리 떠밀리는 비밀처럼 언젠간 그 끝에 닿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으로 오후를 보내고 있습니다. 여유와 긴장감 사이에서 비를 맞으며 걸어가는 것처럼 모호하고 축축한 이 기분을 삼키며 하루를 버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