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아버지가 넘었던 고개를
나는 이름도 없이 따라 넘었고
어머니가 부르던 노래를
나는 뜻도 모르고 따라 불렀으니
그 음은 내 살 속에 새겨진 것이어서
잊으려 할수록 더욱 또렷하더라
처음 그 음이 나에게 울린 건
사랑하던 이의 등을 놓치던 밤이었고
다음은 이념의 갈등에서
형의 이름조차 부르지 못하고
먼 곳으로 떠나보낸 뒤였으니
아리랑이란 말은
사랑한다는 말이어서
사랑한다는 말 대신
나는 아리랑만 읊조렸네
그 말을 부를 때마다
아무나 내 소리 들어주길 바라며
등이 굽은 어머니의 손등을 떠올리고
자식을 먼저 보낸 아버지의 주름을 더듬으며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
그 사람의 눈동자까지 따라 부르게 되더라
노래는 기쁨이라 하지 않더냐
그러나 우리는 기뻐서 부른 것이 아니라
잊지 않기 위해 불렀고
살아남았기에 또다시 울부짖으며
지켜내지 못한 수많은 사랑을
가슴에 묻기 위해
목소리를 삼켰으니
이 땅의 모든 고개 위엔
이름 없는 이들의 발자국이 남아 있고
그 위를 밟으며
나는 오늘도 노래한다
넘어야 했던 고개이기에
우리는 울었고
다시 돌아가야 할 고개이기에
우리는 오늘도 노래한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