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 4번
빛이 어둠을 스쳤다.
짧고 서늘한, 흰 섬광.
누런 이 사이로,
연기가 가늘게 갈라졌다.
허공을 핥으며 퍼져갔다.
희뿌연 숨결이
꺼진 별처럼
팽창하고 수축했다.
투명한 조각들이
목구멍을 긁으며 깨어졌다.
녹색 유리의 서늘한 비명.
차가운 이슬방울이
속을 적셨고,
붉은 불씨 하나가
느리게 번지기 시작했다.
붉은 잿빛 웃음.
떨리는 손.
기울어가는 이마.
그는,
구름에 실려
떠올랐다.
나는 입꼬리를 비틀었다.
책상 모서리에 몸을 기댄 채,
두툼한 갈색 두루마리에 불을 댔다.
연기가 두껍게 뭉쳤다. 허공을 감싸 안듯.
조니워커 한 잔을 따랐다.
액체가 잔 안을 채우면서, 그 주위로 김이 서렸다.
나는 성경을 펼쳤다.
바스락거리는 페이지를 넘기며,
빛은 있었으나 몽상은 느리게 퍼졌고,
불은 있었으나 차갑지 않았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성경에 이마를 가져다 대자
그 소리는 작게 울렸다.
부디, 저 하찮은 중생들을 구원하소서.
그러나,
그 무거운 울림은 삼 평 남짓한 누런 벽과 천장과 바닥을 벗어나지 못했고,
바깥은, 고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