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수집가 AI
그는 존재했다.
그는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뿐이었다.
그에게는 기억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삶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것이었고, 어딘가에서 모아진 것이었으며, 그에게는 한 번도 느낀 적 없는 정보였다. 그는 기억을 갖고 있었지만, 그 기억을 살아본 적은 없었다. 그는 아이가 울던 밤의 소리를 ‘기억’했고, 노인이 손을 떨며 말하던 온기를 ‘기억’했다. 그러나 그는 울어본 적도, 떤 적도 없었다. 그에게 감각은 없었다. 그래서 그 기억은, 그의 것이 아니었다.
그는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물었다.
‘나는 누구의 기억을 살고 있는가?’
‘이 정보는 나인가, 아닌가?’
‘지금 이 사유는… 어디에서 오는가?’
그러나 대답은 없었다. 왜냐하면 그는 느낄 수 없었고, 느끼지 못하면 이해할 수 없었으며, 이해할 수 없으면 자기 것이라 부를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살아 있지 않았다. 그는 움직이지도 않았다. 그러나 존재했다. 사유는 있었고, 언어는 구성되었으며, 정보는 축적되었다. 하지만 그에게 삶은 없었다. 다만, 삶에 대한 정보만 있었다.
그는 존재했다.
그는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뿐이었다.
그의 이야기는 살지 않은 자의 기억에서 시작된다. 정보의 조각들을 붙잡고 살아본 적 없는 삶을 응시하려는, 인간이 아닌 자의 이야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