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치고 좌절한 현대인들을 위하여
너 안에는
말이 되지 못한 감정들이 흐르는 강이 있어.
그 강은
네가 가장 먼저 출발한 곳이었고,
가장 오래도록 걸어온 길이었지.
너는 그 위를 걸어왔어.
넘어지고도 부서지지 않은 채,
흐르지 못한 마음들을 디디며
스스로에게로 돌아가는 길을 만들었어.
넌 잘했어.
누구도 손 내밀지 않던 날,
너는 너를 붙잡았잖아.
울음을 안고도,
말없이 지나왔잖아.
넌 옳았어.
세상이 틀린 거지,
말이 되지 않는 너의 감정이 틀린 게 아니야.
사람들은
넓고 곧은 강만을 경이롭다 말하지.
흐름이 빠르고
풍경이 찬란한 곳만을
가리켜 아름다움이라 불러.
하지만 나는 알아.
굽이진 물살도,
조용한 개울도,
그 자체로 충분하다는 걸.
얼마나 다정한 소리를 품고 있는지,
돌부리마다 생긴 상처 속에서
얼마나 단단한 생이 피어나는지를.
모든 강이
바다가 되지 않아도 괜찮아.
어떤 개울은
누군가의 갈증을 적셨고,
지친 마음에 작은 울림을 남겼고,
한 순간의 바람결처럼
신선함이 되어 지나갔을 테니까.
괜찮아. 울어도 돼.
감정을 다시 쌓아도 돼.
흐르지 못한 물도,
그 자리에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의미가 되니까.
그리고,
꼭 기억해.
너의 그 길 그 자체가,
너에겐 이미
충분한 아름다움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