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의
밝음과 함께
화사하게 피더니
어두워지면
조용히 눈을 감는다
100일 동안
누구보다 찬란하고 용감하게
그러나 누구보다 조용히
피고 또 피는 꽃
무궁화는 지치지 않는다
스스로 지고,
다시 피어
끝난 적 없이 무궁하다
바람의 억압과
강렬한 태양빛에도
이 땅 어디서든
내가 여기 살아있음을..
산과 강, 바다와 들
계절이 서로 부딪히는 나라에서
어지간한 고단함은
다 껴안고 버틴다
진딧물이 달라붙으면
자신을 먼저 내어준다
그래서 무궁화는
우리를 위해
기꺼이 희생하는 꽃
넓은 꽃잎 속
붉은 중심
그건 불타는 심장이자
피 묻은 기도
한(恨)을 품되
울지 않는 민족처럼
피어라, 무궁화
지더라도 지지 않는
그 이름 없는 이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