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밤은 내게 오래 남는다

밤의감성

by 서도운

밤은 내게 오래 남는다


밤은 물보다 무겁다.

나는 매일 밤, 천천히 침몰한다.

빛이 겹겹이 꺼지고

마침내 마지막 숨 너머의 수온에 닿는다.

그곳엔 방향도, 모양도 없다.

다만 어둡고, 조용하고, 깊다.


가슴 안쪽 어딘가에서

형체 없는 무언가가 부풀고,

심장의 박동은

말 없는 초침처럼 낯설게 흐른다.

오지 않은 날의 그림자가

조용히 내 곁을 지난다.


밤은 심해처럼 나를 삼킨다.

침묵은 더는 배경이 아니고,

몸 안에서 퍼지는 진동이다.

눈은 닫혀도,

보이지 않는 결들이

피부를 밀고 들어온다.

소리도 없이, 너무 많은 것들이 말해진다.


나는 그 속에서

생각의 파편과 감각의 잔해를

한 조각씩 더듬는다.

밤의 잔향을 손끝에 묻히며,

아직 태어나지 않은 문장들을

몸으로 꺼내본다.


나는 상상한다.

경계 없는 풍경을.

언제부터 존재했는지 모를 기억의 이끼를.

태어나기 전의 언어,

이름 없는 감각을.


밤은 나를 밀어내는 동시에

되감긴다.

나는 바깥을 향해 뻗지만

결국 내 안으로 되돌아오는 파문 하나.


숨이 다한 곳에서

나는 비로소

더 깊게 숨을 쉰다.


밤은 오래 남는다.

그리고 나는 그 아래서

아직 깨어 있지 않은 나를

조금씩, 써내려간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