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대한이다
우리는 원래 하나였다.
산이 갈라놓기 전,
물줄기가 길을 나누기 전부터.
피는 말없이 이어졌고,
숨결은 먼 하늘 아래서도 닮았다.
다르지 않았다.
부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우리는, 같은 뿌리였다.
그러나 잎보다 먼저
바람이 떨어졌고,
그 바람이
이름을, 얼굴을, 시간을
가르고 갔다.
기다림은 병이 되었고,
말 없는 통곡은
조용한 무덤이 되었다.
돌아오지 못한 발걸음,
끝내 쓰이지 못한 편지,
그 모든 것이
가슴 아래 고였다.
삼킬 수도,
버릴 수도 없는 감정.
그 깊이를,
우리는 ‘한’이라 불렀다.
잉크로 그은 선이
길을 막을 순 없었다.
기억은 걸음을 남기고,
걸음은 흙을 새기며
또 다른 길을 만들었다.
그 길마다
무너진 담장이 있고,
그 담장 아래
다시 자라는 나무가 있었다.
그 나무의 이름을,
우리는 ‘대한’이라 불렀다.
지금, 우리는 묻는다.
잊혀야 할 이름은 무엇이며
남겨야 할 기억은 어디인가.
그 대답은
고요한 심장처럼,
아무 말 없이 뛰는 우리 안에 있다.
‘한’이었던 시간들을 지나,
그 모든 기억과 침묵을 껴안고
우리는, 선언한다.
우린 대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