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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의 무게

한복

by 서도운

비단의 무게


움직이지 않아야

움직임이 보였다


한 치 손끝이 스치는 것만으로

온 방이 조용해졌다


옷은 말보다

큰 숨을 쉬었다


단정함이란

벗지 못하는 마음이었다


어깨는 늘 반듯했고

고름은 흐트러짐 없이 묶였다


천은 질서를 기억했고

몸은 그에 맞췄다


그러나 그 옷은 조용히 빛났다

비단은 태양보다도 부드럽게 반짝였고


곡선은 흐르듯 몸을 타며

고결함을 꽃처럼 피워냈다


누군가는 고개를 돌리는 일조차

하루를 준비하고 나서야 했다


작은 동작이 곧 결정이었고

조용한 손짓은 명령이 되었다


바람조차 감히 다가오지 못하는 옷

그 안에 숨은 마음은 늘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누구보다 확실하게 존재했다

그것은 입는 자의 무게였다


그래서 아름다웠다

실용을 벗어난 자태


천천히, 고요히,

자기 자신을 잊지 않기 위해


몸이 먼저 예가 되었던 시간들


이 느리고 조심스런 아름다움은

수천 년 우리 민족이 품어온 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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